[목요기획 건설업계 이공계CEO 두각]

기술·경영 접목… 시너지 만점


건설업계에 이공계 출신 경영자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 출신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주와 관리,경영 등에서 눈부신 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공계 출신 CEO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건설수주액, 매출액, 부채비율 축소 등 각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경영에서 과거 개발시대에는 세계 수출현장을 누비며 시장개척에 나섰던 영업전문가가 중시됐고, 외환위기 전후로는 기업생존이 화두로 떠올라 재무통이 주름잡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글로벌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업계 현실을 제대로 예측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안목과 미래예측,신속한 결단력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현장 경험이 풍부해 ‘기술과 경영을 아는’ CEO가 주목을 받고 있다.

50위권 건설업체 가운데 36%선인 18개 건설업체의 CEO가 이공계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들로 나타났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합리적 사고와 추진력, 현장중시·수익위주 경영을 펴고 있다. 카리스마 보다는 민주적인 리더십을 갖췄고 전공과 공사 현장경험으로 이론과 실제를모두 터득한 노하우를 갖췄다. ‘나를 따르라’형의 독선형 보다는 합리적 CEO를 원하는 기업의 환경 변화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엔지니어 출신 가운데 최근 경영 성적표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주요 CEO들의 경영철학과 경영 스타일, 경영실적들을 살펴본다.

◇‘건설명가(名家) 자존심 회복’=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은 한양대 토목공학과 출신이다. 올 봄 취임 후 현대건설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건설명가의 자존심의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7000억원대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유동성도 풍부해졌다.

이 사장은 건설인으로서 이론과 실제, 추진력과 인내력, 자상함까지 갖춘 CEO로 평가 받고 있다.소양강 댐 시공 등의 경력으로 댐 전문가로 불리는데다 대학 강의와 수주 엔지니어로선 드물게 수주영업부서에서의 근무 경력까지 갖춘 팔방 미인이다.

지난달 홍콩의 컨테이너부두공사 준공식에 국내 건설관련 관계자를 대거 초청해 품평회를 갖는등 개방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로 해외건설 재도전도 꿈꾸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시공능력 순위에서도 42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상반기에만 2조6950억원의 수주고를 달성해 당초 목표보다 19%나 상회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건축 부문에서도 1조6000억원의 공사를 계약했다.

이 사장은 지난 65년 건설부(현 건설교통부)에서 일하다 건설업계에 발을 내딛은 이후 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토목사업본부에서 전무 역임 후 국내영업본부 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경인운하㈜ 사장을 거쳐 2000년부터 경복대 토목설계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다 올 3월 사장으로 현대건설에 복귀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재직당시 수주영업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 그의 도전정신은 창업자였던 현대가와 코드가 맞는 경영인”이라고 말했다.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서울대 공업교육학과를 나온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은 주위에서 ‘향후 경영 전략과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항상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고 답한다. 말 보다 행동과 실적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남 사장은 지난 99년 워크아웃 상태에 돌입한 대우건설의 CEO로 취임했다. 워크아웃 4년째인 대우건설의 공사 수주 1위와 뛰어난 경영실적은 그의 타고난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 3년연속 흑자를 기록중인 가운데 올 상반기 수주액만 4조2283억원으로 전년보다 46.7%나 급증했다. 상반기 매출도 전년보다 19.39%가 상회한 1조9246억원을 기록했으며 3년 연속 주택공급 1위를 달리고 있다. 2000년 500%의 부채비율을 현재 180%까지 줄였다.

특히 영업 수익률 부문에서 9.9%를 달성, 수익성에서 건설업계 1위로 부상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97년 4600여명의 직원으로 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3200명으로 매출 4조2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상국 사장은 74년 2월 평사원으로 대우에 입사해 CEO 자리에까자 오른 인물이다. 이공계 출신답게 풍부한 현장 경험과 관리 능력으로 현장과 영업·관리 부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 등 간부들은 대부분 한 두번은 남 사장과 함께 근무를 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여서 업무 추진때 공감대 형성이 쉽다”며 “풍부한 현장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까지 직접 챙기는 현장주의자”라고 말했다. 매월 4일 열리는 전체 현장 안전점검행사때는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잡혀 있어도 직접 챙길 정도로 기술자 다운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해외건설 전문가’=건축을 전공한 대림산업 이용구 사장은 지난 2000년 3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71년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대립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 자리에 까지 올랐다.현장은 물론 해외 및 주택영업 담당 임원, 기획조정실장 등 그룹내 건설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사장은 풍부한 해외근무 경험을 갖춰 현역 건설인 중에선 몇 안되는 해외건설 전문가로 통한다. 이준용 회장이 이 사장을 대림산업 사장으로 낙점한 것은 대림산업이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하는데 친화력과 원만한 합의도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용구 사장 만한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대림산업이 자랑하는 것은 건설업체 가운데 가장 빚이 없는 기업이란 점이다. 2000년 3월 취임때 대림의 부채비율이 166%선이었지만 이 사장이 선장을 맡은 이후 지속적인 부채탕감으로 2002년말 부채비율이 87.8%로 업계 1위다. 2000년 초 6300원이던 주가도 이사장 취임후 지속적으로 올라 지금은 2만원을 넘어섰다. 이 사장은 “대림산업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경제위기를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회로 변화시킨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부채비율은 국내 최우량 기업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금액도 지난 3년간 급성장해 2001년 2조8000억원, 2002년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4조원이다.

◇‘현장의 최일선에서 뛴다’=연세대 화학공학를 졸업한 롯데건설 임승남 사장은 지난 98년 취임 후 4년만에 회사를 건설업계 8위권으로 끌어올려 경영의 귀재로 불린다. 임 사장의 ‘불도저 경영’ 스타일이 지난달 말 발표한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에 나타났다. 2001년 15위에서 지난해에는 11위로 뛰었고 올해는 8위를 10위권에 들었다. 매출과 수주부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2000년 매출 1조원,수주 2조1000억원이었던 롯데는 지난해 매출 1조6000억원, 3조5000억원을 기록해 업계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임승남 사장은 요즘도 이순(耳順)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각종 수주 전선은 물론 주택·토목·건축 공사현장을 누비고 다닌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디자인뿐 아니라 정원 조경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그의 손과 눈을 거치지 않고선 넘어갈 수 없을 정도다.

그는 업계에서 주량으로도 유명하다. 업무의 연장이라면 술도 즐겁게, 최선을 다해 마시는 스타일이다. 지난 64년 롯데그룹 공채 1기로 입사한 임사장은 롯데제과, 롯데칠성, 호텔 롯데 등을 두루 거쳐 98년 4월 롯데건설 사장에 부임했다. 사장 취임 4년만에 롯데건설을 주택업계 수위를 다투는 회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부채비율 0% 달성과 주택부문 국내 1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빠른 판단과 결단이 승부수’=SK건설 문우행 사장은 연세대 토목학과를 졸업했다. 문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시장변화에 ‘카멜레온’ 처럼 변해야 한다는 것. 문 사장은 한 사안에 대해 일단 결정이 되면 실행이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선이 굵은 경영자’라는 평이다. 실무분야에 정통하고 다양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는 경영인으로 통한다. 그는 직원들의 경조사를 직접 챙기고 직원과의 토론도 즐긴다. 토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득하면 그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토론형이다.

해외사업부문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담당해 해외에서도 다양한 인맥을 쌓아 공개입찰이 관례화된 해외건설 시장에서도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00년 4월 SK건설의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해외플랜트 사업 위주의 조직과 건축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지난 99년 전체 매출에서 해외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60%선에 이르렀지만 2002년 현재 건축·토목부문이 전체매출의 70%를 넘었다.
SK건설의 올 상반기 수주실적은 목표대비 6%를 초과한 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SK건설은 매출과 수주실적에서 지난해보다 20%이상 초과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타 엔지니어 출신 CEO=이밖에도 경남기업 조병수 사장, 한진중공업 박재영 사장, 삼환기업 강영규 사장,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 극동건설 한용호 사장, 삼부토건 정진우 사장, 우방 김준철 사장, 남광토건 이범익 사장 금강종합건설 정몽열사장, 신원종합건설 이시영사장도 엔지니어 출신 CEO이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