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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서울국제 파생상품 컨퍼런스]로버트 클렘코스키 교수,리스크관리 왜 위험한가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08.25 11:46

수정 2014.11.07 14:48


파생상품은 전기(Electricity)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잘 이용하면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감전사와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파생상품을 잘못 다뤄 감전사한 예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대표적인 경우를 들자면 우선 지난 93년 쇼아 셀은 외환선물 거래를 하다 14억달러를 날려 결국 파산했다.

또 메탈게셀샤프트도 같은 해 석유헤지를 했다가 13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문을 닫았다. 지난 94년에는 미국 최고 부유층 지역으로 통하던 오렌지카운티가 금리를 활용한 파생상품 거래를 했다가 17억달러를 날려 파산하기도 했다.


이밖에 250년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 베어링스 은행이 단 한번의 실수로 몰락한 것은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파생상품 거래 실패의 책임이 상당부분 개인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베어링스 은행의 파산이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해 허위거래를 낸 직원의 행위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파생상품 거래의 성공 여부가 거래자의 역량에 달려있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많은 사람은 여전히 파생상품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중 일부는 파생상품이 시장 가격을 요동치게 하는 주범이라며 없애고 싶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파생상품은 시장에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이 부분에서 투기거래자들의 역할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투기거래자들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투기거래자들은 시장에 흘러다니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투기거래자들이 역할이 큰 데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투기거래자들이 없었다면 파생상품도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파상생품에는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따라 붙는다. 불확실성은 확률을 몰라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사례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리스크는 관리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매니저나 주주들이 시장에서 얻는 정보는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투자자 스스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리스크는 관리돼야 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비용은 엄청나다. 그런 점에서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중요하다.

위험평가 방법에는 복잡한 것도 있고 단순한 것도 있다. 포트폴리오나 과거의 통계,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등의 방법이 있다.

위험평가 모델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다. 여러가지 가정과 금융이론을 동원하는 관계로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도 있다. 반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고 예측력이 뛰어날 때도 있다.

금융 이론에는 여러가지 가정이 있다. 대표적인 게 ▲투자자는 이성적인 존재다 ▲모든 투자자들의 성향은 거의 같다 ▲가격은 일정 수준 꾸준히 변한다 등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들은 잘못됐다. 모든 투자자들이 같을 수 없다. 서로 주식을 사고 파는 시기가 다르고 투자 주기도 하루에서 20년까지 다양하다.

인류의 삶을 200만년으로 보고 이것을 24시간으로 축약해보자. 포트폴리오 이론이 50년 정도 됐다고 보면 금융산업 존재 시기는 단 2초에 불과하다.

이 정도 경험과 지혜, 감정으로는 투자하는 데 부적합하다 할 수 있다. 또 자신감이 넘쳐나는 것도 문제다. 과거에 집착해 미래를 예단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파생상품 거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갖가지 함정을 피해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인 데 미래시점, 확률, 조건, 통계 등 모든 것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자 스스로 자신이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할 부문이다.

◆로버트 클렘코스키 교수(Dr. Robert Klemkosky)

▲미국 미시간 주립대 및 동대학원 졸업

▲시카고 CBOE(Chicago Board of Options Exchange)로부터 Pomerance상 수상

▲Journal of Finance 편집자 역임

▲미국 재무부 의장 역임 2회(1986∼1992, 2000∼2003)

▲프랑스, 폴란드, 핀란드, 러시아, 헝가리 등 40여개국에서 활발한 강연활동

▲현재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Kelly School of Business) 석좌교수 및 성균관대

▲MIT 경영대학원 초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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