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반칙없는 시장경제 만들기/강대형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9.11 13:40

수정 2014.11.07 14:14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반환점을 지난 것이다. 남은 절반에 담아내야 할 ‘희망의 한국 경제’를 위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그 동안 ‘5+3 원칙’ 등의 많은 개혁 성과에도 아직도 선진국 수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인식에서 참여정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을 12대 국정 과제중 하나로 선정했다.

공정위는 이런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의견 수렴과 전문연구기관의 시장·기업 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수립했고 이 로드맵을 밑그림으로 시장 경제의 기본 규칙이자 반칙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을 지난 4월 개정, 시행했다.

이 로드맵과 개정 공정거래법은 출자총액제한 졸업기준 도입 등 민간자율 규제로의 전환기반 마련, 카르텔 규제 강화 및 정부규제 정비 등 시장경쟁 제고, 사소(私訴) 제도 개선, 신고 포상금제 도입 등 민간 감시 기능 촉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정부 직접 규제에서 시장 자율 감시 방식으로 바꾸어가는 시장 개혁의 정신을 담았다.


선진시장 경제 구현을 위해 꼭 필요한 대·중소기업간 거래 관행의 개선 노력도 대폭 강화했다. 서비스업을 하도급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했고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보강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책도 마련해 11개 과제 24개 추진사항을 담은 ‘시장 거래에서의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또한 ‘소비자보호 종합계획’을 세워 소비자정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의 효율적인 연계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에도 역점을 뒀다. 아울러 ‘부동산 분양·임대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 대책’을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마련하는 등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분야에 대한 정책 대응을 적극 강화했다.

정부 규제의 개선에도 주력해 지난해에는 56건의 법령에 의한 경쟁 제한적 규제를 개선했고 피아노·주류시장 등에서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차단, 항공사 마일리지 건의 합리적 해결 등 주요 사건의 처리를 통해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보호의 내실을 기했다.

참여정부 후반기에는 전반기에 추진한 제도 개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엄정하고 공정하게 법과 제도를 운영하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로드맵 과제 상당 부분이 완료된 올해부터 이미 법 집행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 결과 시장경제 발전에 의미가 큰 여러 사건을 처리했거나 처리중이다. 통신사 담합 건에 사상 최대 과징금(약 1200억원)을 부과했고 MS사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 여부도 심의중이다.

카르텔 자진 신고자 감면제도, 신고포상금제도, 사전 심사 청구제 등 전반기에 추진한 제도 개선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이들 제도를 잘 활용하면 공정한 시장 경쟁 확립에 더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 개혁 3개년 로드맵’의 차질 없는 마무리도 중요하다. 출총제를 적용받고 있는 기업집단의 졸업을 유도해 계획대로 시장자율 규제로의 조기 전환을 도모해 나가고 있으며 오는 2007년중 기업 내외부 견제시스템 작동 여부를 최종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대기업집단 시책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및 소비자 관련 시책 등 이미 마련한 시책들의 차질 없는 추진도 역점을 둬야 할 과제다.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가격 결정 절차에 대한 모델을 마련해 가격 결정 구조와 절차를 개선해 나가면서 거래관련 정보를 조사, 발표하고 기술자료 예치제를 도입하는 등 중소기업의 취약한 교섭력을 보완할 것이다.

소액·다수 소비자 피해의 효율적 구제시스템을 구축, 피해 구제 지연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고 사업자의 자율구제시스템(CCMS)도 마련, 보급하는 등 소비자 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숙 정도에 걸맞게 경쟁 당국의 역량을 갖춰 나가는 노력과 공정거래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준비 작업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른 시일 안에 본부·팀제 도입, 기능조정 등을 위한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한편, 오는 2006년중 외부 전문가 등 각계가 참여하는‘공정거래 선진화 TF’를 구성, 운영해 공정거래제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필요한 여러 주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제 개발연대를 지나 선진시장 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전환기에 서 있다. 공정위가 ‘시장경제 선진화를 통한 국부 증대와 소비자 만족의 극대화’를 공정거래정책의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인식 때문이다.
시장 효율과 민간의 창의력이 성장의 원천이 되는 반칙 없는 시장 경제의 큰 그림을 마저 그려내기 위해 공정위는 작은 힘이나마 진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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