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디지털도어록 산업의 도약/이명수 기술표준원 공업연구사·공학박사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11.28 13:54

수정 2014.11.07 11:57



얼마 전 대구에서 아파트에 불이나 40대 주부와 70대 시어머니가 숨졌다. 불이 난 아파트는 디지털 도어록으로 출입문 잠금장치를 했는데 불로 인해 도어록에 열이 가해지면서 자동개폐 장치가 작동하지 않게 됐다. 문을 열려면 도어록의 자동 잠금 장치를 풀거나 수동 열림 레버를 돌려야 하지만 이들 고부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몰라 문을 열지 못해 안타깝게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사고 후 언론은 디지털 도어록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비상시에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11월21일자 14면 참조>

아파트·사무실 등 주거나 업무 공간의 출입문 개폐 장치로 종전에는 열쇠 등 기계식 장치가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표적 자동 개폐장치인 디지털 도어록이 본격 보급되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 더러 보안기능까지 갖춰 지난 2002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국내시장이 해마다 30∼40% 증가하는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의 경우 디지털 도어록이 사무실, 호텔 등에서 사용되는 정도이지만 우리나라는 개발한 지 이제 겨우 10여년밖에 안 되는데도 지난해 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 670만호 중 48%에 설치돼 있으며 신축 아파트는 필수사양으로 채택하고 있을 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개폐방식으로 번호, 열쇠, 카드, 칩, 리모트컨트롤, 지문인식, 음성인식 등의 입력 방법이 있으며 집안에서 여는 장치도 자동원터치, 섬턴, 패닉 등 다양한 방식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앞으로는 홈시큐리티 및 홈네트워크와도 연동되는 제품이 나오고 유리문과 새시문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예정이어서 국내 기술은 이미 세계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정된 시장에서 홈쇼핑 등 유통시장과 건설시장을 놓고 70여개나 되는 업체가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고 이로 말미암아 조악한 제품들이 공급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업계의 매출액도 올해 21% 증가에서 내년에는 9% 선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국내 디지털 도어록 산업이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또 시판되는 제품마다 홀의 크기 및 위치가 서로 달라 이사를 할 때 교체 사용이 어려우며 화재 등 비상상황에 쉽게 대처하기도 어려운 문제점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기술표준원은 디지털 도어록을 소비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품질 기준과 평가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 공청회와 기술설명회 등을 거쳐 지난 9월 국가표준(KS)으로 제정, 보급하고 있다. 새로 제정한 디지털 도어록 KS 규격에는 화재 대비시험, 파괴강도시험, 개폐시험, 온도시험, 전자파시험, 카드 키시험 등 9개의 안전성과 타공도 등의 구조 및 표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디지털 도어록의 국가 규격 도입 과정에서 정부의 기대 수준과 업계의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구의 사고로 볼 때 소비자가 더욱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어록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명제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게 됐다.

앞으로 더욱 유용하고 비상상황에도 쉽게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도어록을 만들 수 있도록 KS 규격의 개정도 적극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우리의 KS 규격이 국제 규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국제표준화기구에 제안할 예정이다.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디지털 도어록의 국제 표준을 주도해 홈네트워크 시대를 이끄는 신기술을 선점하고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틀을 다지고자 하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KS 디지털 도어록 제품이 시중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품의 품질만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어 정부에서는 안전한 사용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위한 대책도 함께 강구하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은 향후 홈오토메이션 등 미래 사업과 연관되기 때문에 안전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의 불신을 씻고 우리나라의 또하나의 대표 상품으로 부상할 수 있기를 온 국민과 함께 바라면서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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