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溫故知新 깨달음을 바라며/박희준 정치경제부장



해가 바뀌었다. 늘 하는 일이지만 모두가 이런 저런 새해 계획을 세우고 각오도 새로 다질 것이리라.

이런 각오의 출발점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을 던져본다. 이 말은 공자의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온는 온고이지신 가이 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의 줄임말로 생각된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면 이로써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많은 이가 풀어쓴다.

이 말은 옛것이나 고전을 연구해 거기서 현대나 미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리를 깨달아야 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는 우리의 스승인 셈이다. 역사를 보면 범부든 왕이나 재상이든 인간은 누구나 과오를 되풀이 하고 비슷한 뜻을 품은 충고 역시 되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도 나오는 법이리라.

소설가 박윤규는 ‘재상’이라는 책에서 “마치 사인파를 그리듯 역사는 그렇게 되풀이 된다”고 갈파한 바가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각본을 시대에 따라 배우가 무대 장치를 바꾸어 재연하듯 한다”는 말이다.

역사가 되풀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온고지신의 깨달음을 몸소 실천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잡은 왕이나 왕을 보필하는 재상, 관료, 그리고 그들에게 국가 운영의 구상을 제공하는 재사들은 그들의 시대가 영원할 것으로 믿고 혹은 영원하도록 철저하게 자기 생각을 관철하는 국가경영과 정치를 했다고 생각한다.

전국시대 수많은 패자들과 그들과 이상을 같이하던 제자백가들은 어김없이 이 길을 걷다가 비참한 말로를 걸었음을 ‘재상’은 웅변해주고 있다.

중국 진나라 시황제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전국시대 중국을 통일하고 황제를 칭호로 처음 사용했으며 군현제를 실시해 이른바 ‘천하’를 지배했다. 그는 도량형을 통일, 천하를 하나의 상권으로 묶었다. 백성들에게는 농토를 골고루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즉위하면서부터 대규모 무덤공사와 만리장성 축조공사를 벌였다. 엄청난 토목공사와 건축 등으로 세금 부담은 무거워졌고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갔다. 진나라는 이를 엄혹한 법으로 다스렸다.

요즘 말로 하면 불온 서적을 불태우고 반대파를 생매장해 숙청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저질렀다.

천하를 호령하던 시황제도 정권을 쥔 지 37년 만에 숨을 거뒀다. 불로초로 영원불멸하려던 그의 꿈도 사라졌다. 진시황의 주변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속내를 꿰뚫어보고 항상의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 정책을 내놓아 시황제와 ‘찰떡 궁합’이었던 승상 ‘이사’는 정권이 바뀌자 허리가 잘리는 요참형으로 이승을 하직했고 그의 삼족은 몰살당했다.

세치 혀를 놀려 위정자의 마음에 들어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예를 ‘재상’은 잘 보여준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인간의 망각증 때문인가, 맹수의 이빨을 피할 수 있는 굴을 세개 이상 파 놓지 못한 토끼의 우매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반복되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기에는 인간의 힘이 부치기 때문인가.

아마도 백성이 아닌 ‘자기 욕심’을 위한 게 그 해답이 아닐까. 즉 권력이란 쥐기보다 놓기가 어렵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탓이리라.

지난해 정치권은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였다. 여당권은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행정수도특별법, 과거사법, 사학법 등 새로운 법안을 통해 ‘새판’을 짜기에 몰두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대립과 갈등의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새해 첫날인 1일 여와 야는 저마다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하면서 정권 주도와 재집권의 열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 올해 우리 정치판은 대결의 살얼음판을 걸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역사는 보여준다. 오르기만 하고 내려오지를 못하고, 펴기만 하고 굽힐 줄 모르며, 가기만 하고 돌아올 줄 모르는 ‘항룡(亢龍?하늘에 오른 용)’에게는 반드시 후회가 뒤따랐음을.

참여정부 들어 혹은 정치에 입문해 항룡이 된 자 한 둘이 아닌 게 이를 입증한다. 권력의 단맛에 취해 그쳐야 할 때, 내려와야 할 때, 자기 분수를 알 때를 가리지 못해 추락하고 만 것이다.

집권 4년째에 들어서서 지평선 너머까지 가고 싶은 참여정부나 열린우리당이나, 잃어버린 정권을 다시 찾고자 칼을 벼리는 한나라당은 올해도 갈 길이 바쁠 것이다. 모두 새 판을 짜고 싶은 갈망에 몸이 달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작가 박윤규가 ‘재상’에서 일갈한 한 구절쯤은 암송하는 것도 그리 헛된 일은 아닐성 싶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사람을 거울 삼으면 자신의 길흉을 알 수 있다.” “무릇 노년에는 욕심을 버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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