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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2년간 수습’…佛 청년실업대책/안정현 파리 특파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09 14:36

수정 2014.11.06 11:53



프랑스가 노동시장 유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실업률 낮추기에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가 이번엔 청년 실업대책을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학업중인 학생을 제외한 25세 미만의 청년 실업률은 22.8%에 이르고 있다. 현재 실업률 9.7%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수준이다.

최초고용계약(CPE)이라 이름 붙인 이번 청년 실업 해소책의 골자는 26세 미만의 고용에 대해 2년간 수습기간을 둔 것이다. 이 기간에는 우편을 통한 단순 통보로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다.
드 빌팽 총리는 지난해 여름에 20인 이하의 사업장에도 이와 같은 수습 기간을 포함한 이른바 신고용계약을 입안한 바 있다. 이 두 법안이 입안되기 이전에는 고용주의 해고는 고용자의 중대한 실책과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했고 이를 입증할 수 있어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드 빌팽 총리는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신고용계약에 직접 영향을 받을 대학생들의 경우 전국 13여개 대학에서 동맹휴업에 돌입했으며 지난 7일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대 집회에는 40만명이 넘는 인파가 참여했다. 정책의 실효성도 의문이거니와 고용 불안을 통해 얻어진 고용 창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 대부분 참가자들의 반응이었다. 사실 지난해 여름 입안된 같은 형태의 신고용 계약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기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난데다 지난 1월에는 9개월 연속 하락하던 실업률마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과감하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왔던 정부를 당황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 빌팽 총리는 계속적인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현재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을 갖고 있고 이것이 고용 창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유럽에서 해고 절차가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주가 당장의 수요가 있어도 이후 인력 조정이 필요할 때 해고에 따른 과중한 금전적?법적 절차에 대한 부담을 염두에 둔다면 쉽게 고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고에 대한 심리적이고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 주어야 고용도 쉽게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일부에선 유럽 내에서 가장 고용 안정성이 잘 보장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 이러한 부담 때문에 오히려 기업이 임시고용과 계약직 기간제고용을 늘림으로써 노동자의 조건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열악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들은 프랑스의 경우 기간제 고용계약을 위해서는 종신고용 계약보다 기업주가 법적으로 더 많은 사회보장 분담금을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계약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노동계약의 경직성이 기업주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이 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임과 동시에 오히려 고용 안정을 위한 법 제도들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역설을 낳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영국식 노동시장 유연화 모델만을 대안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노동시장 유연화 모델도 참조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에서 흔히 노동시장 유연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알려진 영국의 경우 실업률 하락의 원인은 노동시장 유연화보다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영국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경제정책에서 더 많은 여지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동반 침체를 겪고 있을 때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의 실업률은 프랑스의 절반 수준인 4.6%다. 이들은 프랑스도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경제 부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가 살아나면 고용은 자연히 되살아 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유연화 모델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례는 덴마크다. 덴마크의 경우 해고를 자유롭게 하고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들을 없애는 대신에 반대 급부로 많은 금전적 보상을 주도록 했다. ‘한번에 (짐)가방과 (돈)봉투를’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해고시 당장 짐가방을 싸는 대신 상여금과 높은 수준의 실업수당을 지급한다. 이른바 고용의 유연성(Flexibility)과 노동자의 안정성(Security)을 함께 추구한다는 점에서 ‘플렉세큐리티(Flexecurity)’ 모델로 불리는 덴마크의 최근 사례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높은 수준의 실업수당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다 높은 실업수당으로 인해 실업자들이 일자리 찾기를 게을리 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실업률이 프랑스 절반 수준인데다 이민 노동자와 같은 문제가 없는 덴마크의 모델을 당장 프랑스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사회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유럽 전반에 걸친 불황에 덧붙여 비용 절감을 위한 공장 이전 등으로 고용 창출은 프랑스에 이전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됐지만 해법 또한 쉽지 않은 듯하다.

/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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