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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英 “인터넷이 TV보다 좋아”/안병억 런던특파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16 14:38

수정 2014.11.06 09:40



텔레비전을 많이 보기로 유명했던 영국인들이 이제 두 손을 쓰는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이 영국인 1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에 평균 164분간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평균 148분이다. 인터넷 이용 시간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중 41일을 인터넷을 이용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계산이며 잠자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셈이다.

또 응답자 3분의 2 정도가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대답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 이용 시간은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도 인터넷 이용 시간이 차이가 났다.

런던과 스코틀랜드에 사는 시민들은 평균 3시간 정도 인터넷을 이용, 벽지인 북서 잉글랜드 지역 주민보다 40분 정도 이용 시간이 많았다. 또 연령별로도 인터넷 이용 시간에 차이가 났다. 보통 25세 이하 젊은이들의 이용 시간이 가장 많았다. 이들은 인터넷을 e메일이나 정보검색용으로뿐만이 아니라 마이스페이스닷컴(myspace.com)과 같은 사교 사이트에 가입, 이용을 많이 한다.

이처럼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난 것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보통신 감독기관 오프콤(OFCOM)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 수가 최근 1000만명을 넘어섰다.

영국 전체 인구는 5900만명 정도다.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가 전체 인구의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유럽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 비율이 제일 높은 나라에 속한다. 물론 이곳의 평균 인터넷 전송 속도는 초당 2MB 정도로 한국와 비교하면 ‘원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구글의 조사에 대해 다른 업체들은 전반적인 추세는 인정하지만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텔레비전 시청률 조사기관 바브(Barb)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시민들은 238시간, 하루 평균 거의 4시간 정도 ‘바보상자’를 보았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어쨌든 인터넷 이용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은 명백하다. 방송사도 이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방송을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대주주로 있는 위성 채널 ‘스카이(Sky)’와 공영방송 BBC는 일부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방송사와 가전업체 등이 잇따라 인터넷 회선을 통해 제공하는 ‘IP TV(Internet Protocol TV)’를 신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인터넷 이용이 늘면서 온라인 쇼핑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영국 온라인 쇼핑 매출은 최고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동안 온라인 쇼핑 매출은 192억파운드, 우리 돈으로 33조원 정도를 기록했다. 지난 2004년도와 비교해 32%나 늘었다. 이제까지의 증가율 가운데 최고치다.

영국 소비자들은 지난해 온라인쇼핑을 통해 평균 816파운드(약 14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올해 온라인 쇼핑시장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소매업자들의 모임인 ‘온라인 소매 미디어’는 지난해 증가세와 최근 추세를 감안, 올해 온라인 쇼핑 매출이 모두 260억파운드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 사람이 온라인 쇼핑에서 지불하는 돈도 1000파운드로 우리돈 170만원 정도를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온라인 쇼핑은 전체 소매의 약 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쇼핑이 급증하면서 기존 방문 쇼핑은 감소했다.

음반전문점 HMV의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한달간)은 2004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 정도 줄었다. 반면 가게 쇼핑과 함께 인터넷 쇼핑을 제공하는 발빠른 소매점들은 인터넷 쇼핑의 증가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는 지난해 인터넷 쇼핑 매출이 28% 정도 늘어났다.

온라인 소매 미디어의 제임스 로퍼 회장은 “온라인 쇼핑이 지난해에 뿌리를 내렸다”며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소매업자들에게 인터넷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고 진단했다.

어쨌든 보수적이라고 평가되는 영국 소비자들도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인터넷 쇼핑에 익숙해졌다. 또 업자들도 소비자들에게 편한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개설, 매출을 늘렸다.

국내 업체들도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는 영국의 인터넷과 온라인 시장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 나아가 인터넷 관련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일단 영국시장에 진출하면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 시장 진출도 용이하다.
특히 유럽연합의 신규 회원국이 된 중·동부 유럽 여러나라의 인터넷 성장이 꾸준할 것임을 예상할 때 더욱 더 그렇다.

/ anpy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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