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기업과 감동경영/박희준 정치경제부장



26일 서울 잠실의 한 놀이공원에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났다.

공원측이 손님들을 무료로 입장시키겠다고 하자 5만여명이 몰려 35명이 다쳤고 수많은 미아가 발생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아기를 안은 일부 여성들은 압사하는 지경까지 상상해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권력의 실세까지 “한국이 선진국이 아닌 증거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는 나라에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벌어진 것은 과연 누구 탓인가. 공짜라면 사족을 못쓰고 탐닉하는 사람들의 공짜병 탓인가. 새벽 4시부터 몰려들었다는 점에서 지나친 공짜 탐닉도 원인의 일부는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 경기 침체로 가벼운 주머니를 걱정해야 하고 정치권의 험한 말싸움을 들어야 하며 노사정이 비정규직이다 뭐다 해서 날마다 싸워 ‘밥그릇’ 걱정을 해야하는 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줄 게 이 나라에 또 뭐가 있는 지를 곱씹어 보면 별로 탓하고 싶지 않다. 더욱이 이날의 혼잡과 놀이공원안에서 겪은 온갖 불편을 감안한다면 공짜에 대한 탐닉은 대가를 치렀다고 본다.

오히려 대책 없이 무료 개장 행사를 택한 놀이공원측을 더 힐책하고 싶다. 이날 행사는 최근 일어난 인명사고에 대해 사과하는 ‘좋은 뜻’에서 시작했다고 하나 사전 준비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 정도 시설에 입장하련 녹록지 않은 돈이 들고 따라서 공짜 입장을 허락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몰릴 것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했어야 옳다.

회사측은 안전대비를 했다면서 오히려 시민들의 문화의식 부족 탓으로 원인을 돌렸다. 시시비비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떡을 주더라도 제대로 포장을 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대해야 받는 사람이 고마움을 안다. 그것이 기업으로 말하자면 감동 경영이다.

휴일에 수만명의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것도 예측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이 됐고 어떻게 감동 경영을 할 수 있겠는가.

감동 경영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이뿐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완성차 회사는 경영이 어렵고 부품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된 만큼 이익 공유와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회사들은 납품 단가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한 적이 있다.

얼핏 타당한 주장처럼 들린다. 완성차 회사가 협력회사인 부품회사에 기술개발을 지원, 지도하고 그 회사를 살찌우는 만큼 ‘상생’을 위해서는 고통과 희생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완성차 업체 경영이 나빠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그 파장은 마치 폭포수처럼 1차, 2차, 3차 협력업체로 퍼지고 결국에는 서민들의 가계를 쪼들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런 논리를 표현한 ‘완성차 부품업체간 상생관계 현황’을 내놓았고 아직까지 납품업체들이 반발한다는 얘기는 거의 들리지 않아 단가가 내려갈 모양이다.

문제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 울분을 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소기업인의 하소연은 깊이 새겨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그는 “대기업이 협조전 하나만 띄우면 단가는 내려간다”면서 “이는 환차손과 인력 부족, 매출 감소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쥐어짜기일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요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에서 드러나는 불공정 거래의 진정한 얼굴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이 회사가 임금 동결이 아닌 좀 더 설득력있는 자구안을 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모범이 되는 한국전력을 한번 보라고 그는 권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이 완성차 회사는 부품유통회사를 세워 그곳을 통해서만 부품을 공급하라고 했다”면서 “그 유통회사는 가만히 앉아서 장사를 하는 반면 납품회사들은 가격 협상을 못해 손실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납품을 중단해야 했고 이를 바로잡으려다 담당 공무원이 자리를 옮겨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일들이 사실이라면 이 회사 역시 세계 몇위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감동 경영’에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가계든 기업이든 정부든 비슷한 사건 사고가 재발해 가족 구성원이나 고객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거듭해서 받는데는 공통점이 있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그것을 덮어버리거나 원인 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얼버무린 게 그것이다.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이론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치열한 생존에서 기업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경영자와 모기업부터 솔선수범해야 아랫사람과 납품기업들이 따라온다. 그게 세상 이치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말로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점을 다시 웅변해주기 바란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의 미덕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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