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월드리포트]日 고소득층 마케팅 바람/이경환 도쿄통신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30 14:40

수정 2014.11.06 08:33



최근 일본에서 고소득층이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주택·금융·유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고가 제품 및 서비스 판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국내 판매 실적은 지난 2004년 실적에 미치지 못했으나 해외 고가 자동차 브랜드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25만대를 기록했다. 특히 개성이 뛰어난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탈리아제 고급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29%나 늘었다.

이처럼 고가 상품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도쿄 인근을 중심으로 판매가격이 1억엔을 웃도는 고급 주택이 인기를 끌자 지난해 1억엔 이상의 고급 주택 공급 수가 2배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들은 일반인 대상으로 광고를 하기 전에 고소득 회원을 대상으로 광고우편물(DM)을 발송하거나 특별 상담실을 마련하는 등 회원 우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도쿄 최고의 슈퍼마켓 ‘기노쿠니야’도 화제가 되고 있다. 판매 단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노쿠니야’라는 이유만으로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기노쿠니야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체인점 수가 7개임에도 불구하고 멤버십카드를 가지고 있는 회원 수가 약 8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화장품 시장에서도 고소득층 대상의 마케팅이 활발하다. 일본 최대 화장품업체인 시세이도는 중가격대 상품을 이용한 고가품의 판매 촉진을 경영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중가격 상품을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한 뒤 구매고객의 특성을 파악, 약 560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고급 샘플을 보내는 등 고가품 구매를 촉진하고 있다.

은행도 고소득층 대상 영업에 적극적이다. 스미토모 신탁은행은 총자산 5억엔 이상의 고소득층을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 고객으로 정했으며 현재 1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주오 신탁은행에서는 일본의 전통적인 양식의 고급 건축물 내에 VIP 전용 개인거래 살롱을 설치했다. MUFG는 오는 5월에 미국 메릴린치와 합병으로 자산운용형 PB사업을 개시한다. 일본 최대의 미즈호 은행은 자산규모 5억엔 이상의 고객 약 100명을 대상으로 맞춤형은행과 증권상품, 타 업종 전문가와 제휴를 통해 그림, 고급 자동차 등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자산운용에 관한 각종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랩(RAP)계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랩계좌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노무라증권, 닛코코디알증권, 다이와증권, 신코증권 등 4개사. 최저 예금액은 닛코코디알증권의 1000만엔부터 노무라증권의 3억엔까지 폭넓지만 고소득층 대상의 자산서비스로 인기가 높다.

신용카드회사는 ‘블랙 카드’로 불리는 카드 서비스를 통해 고소득층 대상의 서비스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연 회비가 20만엔으로 상당히 높지만 사용한도액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비싼 상품이라 할지라도 카드 한 장만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사전에 카드회사에 승인을 얻을 필요도 없다.

블랙카드 소지자는 매월 1000만엔 단위의 쇼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블랙카드 서비스는 회원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줌으로써 편의성과 우월감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예컨대 내일 당장 외국 출장 업무가 발생하더라도 전화 한 통으로 비행기, 호텔, 레스토랑 예약 등 회원의 요구에 맞춰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특히 고소득층을 세분화해 마케팅 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첫번째는 “호화로운 소비를 하면서 자기 과시욕이 강한 층”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자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특징이 있다. 두번째는 “소비를 왕성하게 하지만 과시욕이 약한 층”으로 외국 금융 기업에 종사하는 고수입 회사원이 많다. 세번째는 “일반적인 소비 스타일로 과시욕이 약한 층”으로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는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관심 분야에는 강한 프라이드를 지닌 층”으로 자신만의 소비 행위를 하지만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는 층이다.

나라와 상관없이 고소득층은 ‘자신만의 것’ ‘프라이드’에 강한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단순한 고가품 판매가 아니라 고소득층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 한국 경제 활성화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다.

/ leehwan@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