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4월은 꽃 가꾸는 달/김정홍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사업본부장

홍창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7 14:42

수정 2014.11.06 07:32



꽃의 계절 봄이다. 봄꽃 향기를 따라 aT 화훼공판장(서울 양재동 꽃시장)으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꽃처럼 활짝 핀 미소를 보면 이제 점점 꽃이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화훼산업도 지난 기간 성장을 거듭했다. 컬러 TV가 처음 등장했던 지난 80년 당시 213억원이던 화훼류 생산액은 2004년 921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1인당 꽃 소비액은 1만8650원으로 80년에 비해 35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8.9배 증가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인 셈이다. 90년대 들어 화훼산업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농가소득 작목으로 육성한 이래 수출 또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5년 630만달러였던 수출은 지난해 520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같은 성장에도 우리 화훼산업을 네덜란드나 이스라엘과 같은 선진형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들이 있다. 먼저 품종 및 종묘의 해외 의존도가 크고 난방비 부담이 높은 고비용 생산구조를 저비용·고품질 생산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로열티 부담이 없는 국산 화훼품종의 개발과 보급, 경쟁력을 갖춘 규모화 된 농가의 육성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낙후된 유통시설을 개선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수출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영세 규모로 난립해 있는 도매시장을 통합해 유통, 검역, 수출이 한 데서 해결될 수 있는 선진형 유통거점을 구축하고 생산, 수집, 선별, 포장, 수출의 단계를 단일 브랜드 체계로 구축하는 것이 해결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들의 꽃에 대한 관심이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상품의 앞날은 뻔하기 때문이다. 1인당 꽃 소비금액(1만8650원)이 크게 신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덴마크(9만6000원), 일본(6만7000원), 미국(3만5000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뒤진다. 또한 우리나라의 꽃 소비 패턴은 60% 이상이 행사나 경조사용으로 실제 사무실이나 가정의 소비는 이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다. 그러다 보니 꽃 소비는 특정 시기, 특정 품목에만 몰려 계절별로 가격의 진폭이 큰 데다 꽃 장식은 과소비라는 부정적 인식까지 겹쳐 화훼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소비자들의 꽃 소비 생활화다. 이벤트가 있는 날에만 ‘꽃’을 등장시킬 게 아니라 꽃과 어우러진 생활을 누리는 것이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날이 특정한 날 하루에 그칠 수 없듯, 꽃과 감성의 교류를 나누는 날 역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더불어 꽃과 함께 하는 삶을 사치 또는 낭비로 몰아가지 말아야겠다. 꽃이 주는 정서적 충만감과 삶의 여유는 각박한 도시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향기이자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꽃의 생활화를 위해 팔을 걷었다. 농림부는 4월을 아파트와 사무실 꽃 가꾸기의 달로 지정하고 꽃 소비 촉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성과가 좋으면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꽃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농가의 역할도 크다. 꽃 또한 엄연한 상품이므로 생산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계층별 기호도 조사를 통해 명품꽃이나 주문형 꽃의 재배도 생각해 봄직하다. 또한 꽃은 다른 상품과 달리 꽃이 있는 매장에만 가도 즐겁다. 따라서 쇼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화원의 역할 확대도 검토해 볼만하다.


미국에서 귀화한 영국의 시인 T S 엘리어트는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에 비유했다. 4월의 들판의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생명의 치열한 몸부림을 포착해낸 시인의 감수성에 찬탄을 금할 길 없다.
시인의 눈에는 ‘잔인하게’ 비쳤던 생명이 용솟음치는 4월을, 꽃을 가꾸는 달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꽃과 함께 우리의 삶도 풍요롭게 가꿔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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