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일본 경제의 부활 교훈/송계신 국제부장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4.17 14:42

수정 2014.11.06 07:27



일본 경제가 갈수록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라면 전후 최장기 호황 기록인 ‘이자나기 경기’를 능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도 최장기 경기 확장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 하반기에 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우리 경제와 비교하면 일본 경제의 부활이 부럽기만 할 뿐이다.

지난 16일 요사노 가오루 일본 경제재정담당상이 “현재의 경기 확장 국면이 내년에도 이어져 이자나기 경기를 가볍게 넘을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에서는 세계 2위 경제국이 살아나고 있다는 자랑이 묻어난다.

지난 2002년 2월에 시작된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경기 확장 국면은 올 4월로 51개월째를 맞고 있고 전후 두번째 장기 기록인 거품경제기(86년 12월∼91년 2월)와 맞먹는다.
일본 정부가 뻐길만도 하다.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의 말대로라면 이번 경기 확장이 지난 1965년 11월부터 1970년 7월까지 57개월간 계속된 2차대전 후 최장기 호황 기록인 ‘이자나기 경기’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 문제인 듯하다.

일본 경제의 실질성장률도 2%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인들 입장에서 더할 수 없이 좋은 것은 외형적인 성장에 힘입어 경제의 내실도 튼튼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회복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임금까지 오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 208개사의 올해 임금 인상률은 1.65%로 지난해보다 0.07% 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업원 300명 이하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1.82%로 대기업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돼 신음하는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배가 아플 노릇이다.

일본 경제가 10년 불황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일본 기업의 생산성 증가를 들 수 있다.

지난 1월 일본 전체 산업의 노동생산성은 일본 경기가 두번째 장기 호황을 보였던 지난 80년대 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의 생산성 제고 노력과 근로자들의 단위 노동 비용이 줄면서 나타난 결과다.

노동 생산성 증가는 산업생산지수를 끌어올렸고 기업의 순이익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80년대 연간 3.5%에 달하는 산업 생산성을 자랑하며 미국 경제를 압도했던 일본 경제가 다시 생산성 회복을 바탕으로 용솟음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두번째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0년대 이후 최고의 수익성 증대를 발판으로 일본 기업은 설비투자와 고용을 늘려가고 있다.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잉설비 단칸지수는 지난 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 투자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설비 투자에 대한 필요성 증가는 고용 증대로 연결돼 지난 2월 일본의 실업률은 4.1%로 지난 8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의 생산성 증가가 설비투자 및 고용 확대로 이어지고 생산과 소비 증대라는 일본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다시 만들면서 사상 최장기 호황 기대감을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 경제는 지난 1·4분기에 6.2% 성장했지만 경기가 하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기 확장 국면이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평균 17개월로 줄어든 현상을 고려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일본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경기 확장 기간이다.

우리의 경기 확장 기간이 노루꼬리만큼 줄어든 것은 기업과 근로자, 정부가 삼위일체가 돼 생산성을 갉아먹는 행동을 겁 없이 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날개를 활짝 펴게 된 이유를 심도있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 ks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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