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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소프트뱅크와 日통신시장 변화/이경환 도쿄통신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04 14:45

수정 2014.11.06 06:26



소프트뱅크가 보다폰 일본법인을 약 1조7500억엔에 인수한다는 일본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지난 3월17일 발표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1500만명의 사용자와 1600억엔 규모의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매수 이유라고 밝혔다. 보다폰 인수로 얻어되는 영업이익이 소프트뱅크의 지난 2004년 영업적자 253억엔을 가볍게 만회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지난 1981년 컴퓨터 프로그램 도매 기업으로 출발한 소프트뱅크는 90년대 들어 적극적으로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고 96년에는 미국 야후의 제1 주주로 야후일본 법인을 설립, 투자회사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00년에는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명목 아래 오조라은행 주식 50%를 매수했고 온라인 증권업체인 e-trade 증권을 매수하였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01년 야후BB로 세계에서 가장 싸고 빠른 비대칭디지털가입자망(ADSL)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빨간 점퍼를 입은 직원들이 게릴라 마케팅을 전개, 약 500만명의 회원을 모집하는 등 통신 인프라 기업 대열에 뛰어들게 됐다.


지난 2004년에는 일본텔레콤을 3400억엔에 인수, 유선통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통신분야에 강한 사업 의지를 보인 소프트뱅크가 2006년 통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이동통신까지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이동통신 시장 진출로 일본 모바일 시장은 3가지 관점에서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이동통신사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평균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약 7000엔대인 일본 이동통신 시장은 한국과 비교해 요금이 비싼 편인데 소프트뱅크의 모바일 시장 진출을 계기로 과거 ADSL 시장의 가격 경쟁이 이동통신 시장에도 재연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일관된 견해다.

두번째는 FMC 서비스가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소프트뱅크는 인터넷포털 기업 ‘야후 일본’, 유선통신사인 ‘일본 텔레콤’, 야구구단 ‘혹스’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고 있다. 특히 야후일본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 이동통신사들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세번째는 휴대폰 시장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일본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일본 휴대폰 시장이 소프트뱅크의 진입을 계기로 해외 업체들의 진출이 더 용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 휴대폰 기업들은 소프트뱅크가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는 휴대폰의 기능·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파트너로서의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소프트뱅크의 보다폰 매수는 오는 10월로 예상되고 있는 일본 번호이동성제도(MNP)의 시작과 함께 일본 모바일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소재로 주목된다.

그러나 이동통신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소프트뱅크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먼저 1조7500억엔이라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많은 부분을 은행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프트뱅크는 약 1조2000억엔의 은행 차입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다폰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경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두번째 과제는 약 1500만명의 보다폰 가입자들이 다른 이동통신사로 빠져나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행되기도 전에 기존가입자들이 MNP를 계기로 타 통신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다른 이통사에서 제공하지 않는 요금제, 단말기 등을 통해 단기적인 고객유치, 유출방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손정의 회장은 휴대폰 단말기와 모바일 콘텐츠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양한 휴대폰 라인업을 지닌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일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는 호기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소프트뱅크라는 친근감이 있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소개된다면 국내 휴대폰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일본 야후라는 매력적인 서비스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FMC와 같은 차세대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면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콘텐츠 공동 개발과 상호협력을 통해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leehw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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