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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美 영원한 숙제 ‘이민자’/노시성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25 15:11

수정 2014.11.06 05:20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서 지난 1일 대규모 이민자 시위가 있었다.

주로 남미 출신인 시위자들은 이날을 ‘이민자 없는 날’로 정해 각각 직장과 학교에 나가지 않고 시위에 가담함으로써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등 큰 도시에서의 거의 모든 경제활동을 마비시켰다.

이는 충격요법으로 현 미국 경제의 이민자 의존도를 힘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이민자 옹호단체와 진보진영의 의도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비아라이고사 현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시위에 앞장섬으로써 총집결 인원은 40만명이 넘었다. 이날 거의 모든 생산시설은 중단됐으며 일반상가와 사무실도 문을 닫았다.

한편, 시카고에서도 약 40만명이 집결했으며 상황은 로스앤젤레스와 비슷했다.
애리조나주 덴버에서는 약 7만5000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이었고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이민법 개정안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정치·경제적으로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상원에 상정돼 있는 이민개혁안(S2611)은 합법이민 쿼터를 2배로 늘리고 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한 불법체류자 가운데 범죄와 추방기록이 없는 사람에게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면 하원에서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 즉 일정 기간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지만 기간이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영주권 신청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법안이 통과됐다.

지난주 상원은 국경단속 강화안 및 불법체류자를 채용한 고용주 처벌 내용과 영어를 국어로 지정한 안들을 첨부안으로 통과시켰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TV 연설에서 국경단속 강화책의 일환으로 6000명의 방위군 투입을 제안했으나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으로부터 거센 항의 전화를 받은 후 “국경에 대한 군사 배치가 아니라 일시적인 국경 단속의 보완책일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연방상원은 총 2000마일의 미국·멕시코 국경중 350마일 구간에 3중 장벽을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약 75마일의 구간만 15피트 높이의 장벽이 설치돼 있다.

350마일의 장벽 설치는 약 220억달러의 예산을 필요로 하며 추가적으로 순찰차를 위한 차도건설과 주요 지역에 카메라와 움직이는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하는 경비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는 이러한 국경 장벽 설치가 연간 75만명에 달하는 밀입국자를 막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든다고 지난 19일 지적했다.

애리조나주의 국경도시인 더글러스 시 관계자는 “밀입국자들은 장벽 밑에 지하터널을 뚫어 통과하거나 금속 절단기를 이용해 장벽을 절단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밀입국자는 장벽을 우회해 사막을 통과하거나 강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민 반대 보수진영은 장벽 설치가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으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자들에게 엄연한 범법 행위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원에서 각기 서로 다른 이민법 개정안이 심의 중인 가운데 애리조나주의 마리코파 카운티의 경찰이 140명이 넘는 밀입국자와 안내자들을 체포했다고 USA 투데이지는 지난 18일 보도한 바 있다.

오하이오주의 버틀러 카운티의 경찰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의 처벌에 대한 경고성 빌보드를 세웠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들에게 가짜 신분증을 식별하는 교육이 시작됐다고 한다.


지난 15일 부시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진영의 주장을 어느 정도 절충하면서 국경수비을 강화하고 초청 노동자의 숫자를 줄이는 ‘포괄적 절충안’을 제시함으로써 양진영에서 비교적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상원 통과 후 다시 하원의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법으로 제정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갈수록 양극화하는 이민 문제는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미국에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없는 가장 어려운 숙제로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 ssn5301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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