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교육공약 보고 인물 뽑자/박희준 정치경제부장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5.29 15:12

수정 2014.11.06 05:12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지방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그 동안 한나라당은 현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고 열린우리당은 지방권력 심판론을 내세우며 전국을 정치판의 도가니로 몰아넣어왔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대개 그렇듯이 이번에도 번지르르한 공약, 편 가르기와 편견의 벽을 쌓는 독설이 풍미했다. 시의원에 출마하면서 한·미 동맹을 말하는 등 거대담론을 외치는 후보가 있는 가하면 일부 단체장 후보는 중앙정부도 못할 수십만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특정 정당을 수구보수로 몰아세우고 자기당은 민주세력으로 규정지으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오로지 유권자인 구민과 시민, 나아가 도민을 졸로 아는 생각에서 비롯됐는지 좁은 땅 덩어리 속에 살아오면서 유전자 속에 각인된 편벽한 생각이 저절로 발현된 것인지 모를 일이어서 참으로 실망스럽다.


실망을 감추기 어려운 것은 우선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인데도 중앙당의 치열한 정권 쟁탈전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제 1야당인 한나라당의 주요 지도자들은 모두 나서 상대방을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다. 또 여당은 선거도 치르기 전에 벌써부터 정계 개편, 특정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투표율이 30%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 정치판에 대한 냉소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는 점도 아쉽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구민, 시민, 도민의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 온갖 법령을 다룰 단체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자기 권리를 스스로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경계해야 할 일이다. 부적격자를 뽑아서 지난 몇년간 혈세가 줄줄이 새는 모습을 신물이 나게 보지 않았는가를 되새겨보자.

물론 수많은 후보가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유권자들이 지역 살림을 맡길 인물을 뽑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교육공약을 바탕으로 후보를 판별하라고.

교육공약은 드물 뿐더러 교육자치를 앞당기는 일로서 중앙정부의 권력 지방 이양, 자치 경찰제 도입 등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에서 이번 지방 선거를 위한 좋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라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지 알 것이다.해마다 바뀌는 입시제도는 말할 것도 없다.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다른 대도시로 유학을 보내느라 외국 유학에 비해 결코 싸지 않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느라 등골이 빠지는데다 졸업 후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속에서 밤잠을 설친 경험이 있거나 또 설치고 있을 것이다. 5∼6년을 공부하고도 졸업 후 2∼3년씩 실업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은 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물론 후보자들 가운데는 교육 관련 공약을 내놓은 이도 있고 그들의 공약들은 그들의 눈에는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교육’ ‘교육 불평등 제로’ ‘교육 격차 해소’ 등 주요 단체장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용은 별로 없는 공약일 뿐이다. 유권자인 부모와 학생들이 겪는 현실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때문에 광역 단체장 후보로 나선 이라면 새로운 대학을 세우겠다고 하기보다는 지금있는 대학이라도 잘 키우고 유망한 기업을 유치해서 졸업생들을 취직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거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 그들의 혈세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그것이 사학재단의 부패 요인을 없애고 사교육이 학부들의 주머니를 훑어내는 일을 예방하며 실력있는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의 일터에서 지방경제을 살찌우는 역군이 되도록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또 이런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 대승을 거둔 당이나 싹쓸이를 당했다고 분해하는 당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지방을 중앙 정쟁에서 해방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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