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준비만이 ‘人災’막는다/유대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장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16 15:13

수정 2014.11.06 04:17



올 여름은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이달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는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올 여름엔 태풍도 잦을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장마 후에는 대기 불안정에 따른 ‘게릴라성 호우’ 발생 가능성이 높아 국지성 집중호우에 따른 큰 피해도 예상된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장마철 물난리에 대해 벌써부터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재해 자체를 모두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기에 따라 그 피해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장마철이면 수해로 많은 인명 피해가 생기고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보고 있다. 이 중에는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인재(人災)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재해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데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지만 예방에 소홀한 게 더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우리는 3년 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매미’로 엄청난 피해를 본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강원도 강릉 지역과 속초, 경남 마산과 창원, 부산 등 바다에 인접한 지역은 매미로 수많은 인명은 물론, 재산 피해를 봤다. 특히 마산과 창원, 속초 등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아파트단지로 흘러들어와 3층 이하의 낮은 층은 침수되는 고통을 겪었다.

건물이나 아파트가 침수되면 입주민들은 ‘이동권’에 많은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아파트 생활자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침수 탓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면 엘리베이터는 물론 수도와 가스공급도 어렵게 된다. 더욱이 높은 층에 사는 주민들은 식수와 생필품을 사서 들여오느라 수많은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태풍 매미가 강타한 경남 및 강원 지역에서는 운행중이던 승강기 800여대가 바닷물 때문에 멈춰서야 했고 많은 사람이 이동하는데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따라서 해안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라면 장마철 침수에 대비해 사전·사후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장마철에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기 때문에 예방조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승강기와 관련해 아파트나 건물 관리 주체는 옥상에 설치된 승강기 기계실의 창문과 잠금장치의 관리를 철저히 해 빗물이 들어와서 고장을 일으키는 일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물이나 습기에 따른 누전 및 단락 등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는 31만4762대로 2004년 말의 28만7513대보다 9.5% 증가했다. 승강기가 최근 10년 동안 2배로 늘어난 것은 이 기간에 고층건물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승강기 숫자가 늘어난 만큼 승강기 사고의 가능성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조치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지성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지역의 승강기 관리주체는 주민들에게 아파트와 건물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을 때를 대비해 대피요령과 대응법을 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관리주체는 무엇보다 승강기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큰 비가 내릴 경우 승강기를 중간층으로 이동시켜 전원을 차단해야하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승강기 기계실의 이상이 있는 창문을 수리하는 ‘작은 관심’이 큰 재해를 막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장마철에는 설마하는 위험한 생각이 큰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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