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아드보카트와 히딩크/송계신 국제부장

송계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19 15:14

수정 2014.11.06 04:11



19일 새벽 우리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봤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세계 정상급인 프랑스에 선취골을 내준 뒤 후반에 거짓말 같은 동점골로 뽑아내며 또 한 번의 명승부를 연출했다. 이른바 '아트 사커' 프랑스로부터 후반에 추격골을 뽑아내며 패배 직전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놓은 것이다.

축구에 관한한 변방인 우리나라 대표팀이 강대국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한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극적이다.

한국팀이 토고전 역전승에 이어 프랑스와 끝내 동점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첫번째 원동력이었다.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기에 선수 개개인이 막판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작은 장군'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과 전략 역시 다른 감독들을 압도했다. 선수들의 투혼에 빼어난 전략을 가미함으로써 명승부를 연출하고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아드보카트 감독이 맡으면서 우리 선수들의 전술 이해 능력도 많이 높아졌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전술을 통해 태극전사들은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 축구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타고난 전략가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의 그레벤 코엔 기자는 동료기자와 공동 집필한 '감독과 국가대표팀'이라는 책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을 "손꼽히는 명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코엔기자는 아드보카트가 경기를 보는 눈이 탁월하며 흐름을 짚어내고 전략을 세우는 데 그를 따를 지도자가 없다고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남들보다 뛰어난 전술 운용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1994년 미국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 2004에서 네덜란드를 각각 8강과 4강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세계 4강에 우뚝 세웠던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는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피플 매니저(People Manager)"로 코엔 기자는 묘사하고 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선수 개개인을 파악하는 데 아주 능하며 어떻게 팀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지 아는 지도자라고 말한다. 히딩크 감독이 사람 관리에 능한 최고경영자(CEO)라는 뜻이다.

코엔 기자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수비지향적인 축구를 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팀 운영을 하는 반면에 히딩크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과감한 모험을 걸기를 좋아한다면서 두 감독의 차이점도 비교하고 있다.

그는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이 경기 도중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잘 아는 감독이며 "전술 운용에서 히딩크보다 낫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히딩크가 최고의 감독"이라고 평가한다.

사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맡기 전까지 뒷심 부족, 문전 처리 미숙, 대량 실점 등은 한국 축구를 따라다녔던 수식어다.

그러나 CEO 히딩크가 이끈 뒤부터 한국 축구는 완전히 색깔을 바꿨고 결국 세계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제 압박과 집중력, 뒷심은 한국 축구를 일컫는 새 표현이 됐다. 한국 축구가 세계 정상급 감독들의 지도력과 태극전사의 투혼을 바탕으로 '2002년 4강 신화'에 이어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트 감독의 공통점은 열정이 넘치고 전략이 뛰어난 지도자들이라는 점이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 축구가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주식회사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탁월한 지도력과 전략을 가진 감독이 아쉽다.

/ ks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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