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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창간 6주년]특별기고-김현종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FTA 왜 필요한가

윤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20 15:14

수정 2014.11.06 04:11



개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이 있다면 그것은 적극적으로 개방을 이용할 것인가 아니면 수동적으로 개방에 휩쓸려 갈 것인가 하는 방법에 관한 것일 뿐이다.

역사는 개방을 택한 국가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지만 쇄국을 하면서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거듭해서 보여준다.

실용주의 경제개방정책을 일찌감치 채택한 중국은 9%대의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1991년 인도의 싱 총리가 개혁·개방정책의 일환으로 관세 인하, 쿼터 철폐 등 수입자유화 조치를 취했을 때 인도 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수입 증가로 인도의 산업이 몰락하고 외국 기업들이 제2의 동인도 회사가 되리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인도는 정보기술(IT) 산업을 필두로 한 급성장하는 서비스 산업을 가진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골드만 삭스는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인도가 2032년께 일본을 추월하여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제3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방과 경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적극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기 위한 능동적인 개방 전략이다. 특히 FTA로 대표되는 양자적·상호적 개방은 다자적 개방에 비해 우리의 의지에 따라 상대방을 선택할 수 있고 특정 관심사항에 대한 반영이 용이한 이점이 있다.

이러한 계산에 따라 각국은 나름대로의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무역에서 FTA와 같은 지역협정 체결국 간의 교역비중이 50% 이상에 달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FTA는 개방을 통해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 개방에 노출된 국내 산업이 치열해진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기술과 품질을 제고하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다.

1996년 유통업 개방 당시 국내적으로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 우리의 유통시장은 여전히 국내 업체가 주도해 가고 있다. 그로부터 10년간 이마트를 필두로 한 국내 업체의 선전은 외국 대형 할인점과의 경쟁 속에서 경쟁력과 노하우를 키워가는 학습효과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FTA는 경쟁국에 앞서 거대시장을 선점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다. 기업이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고 새로운 판매망을 확충하는데 사운을 걸듯이 국가가 국운을 걸고 기존 수출시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FTA 확대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계 제1의 미국시장에서 우리의 점유율은 1995년 3.3%에서 2005년 2.6%까지 떨어졌다. 수출증가율 감소는 더욱 심각해 중국 및 인도가 2004년 대비 각각 23.8%, 20.9% 대미수출을 늘린데 반해 우리의 대미수출을 오히려 5.2%가 감소했다. 이렇듯 위기에 처한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세계 최대의 '테스트마켓(test market)'인 미국 시장을 다시금 공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 FTA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FTA는 외국인 직접투자 및 교역의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며 제도 선진화를 통해 경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무형의 '프리미엄 효과'까지 가져온다. 이러한 효과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한 칠레, 싱가포르, 멕시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FTA에 따라 발생하는 분야별 문제점에 대해 보완대책을 마련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는 119조원 규모의 농업농촌기본대책이 마련되어 있으며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최근 무역조정지원법을 제정했다.


지금은 먼저 변하지 않으면 변화를 강요당하는 시대이다. 구한말 우리는 도도한 세계의 조류에 애써 눈을 감고 쇄국이라는 순간적인 만족에 젖어 을사늑약이라는 치욕적인 변화를 강요당했다.
100여년 전 역사의 교훈을 잊고 또다시 변화를 강요당하겠는가 아니면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는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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