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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에어버스 날개 꺽이나/안정현 파리 특파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6.29 15:15

수정 2014.11.06 03:42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 제작업체 에어버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여객기인 에어버스 380의 인도 기한을 두 번이나 늦췄기 때문이다.

에어버스 380은 30년 넘게 대형 항공기 부문을 독식해온 보잉사의 B747에 대항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프로젝트.

그러나 지난해 인도 기한을 연기한 이후 지난 13일 두번째 인도 시기 연기 발표가 있자 다음날 에어버스 모회사인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의 주식이 하루 만에 25%나 급락하는 등 큰 충격을 받았다.

인도 기한이 늦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분산제작 시스템이다. A380은 4개국 16개 사이트에서 부분 제작된 뒤 프랑스 툴루즈로 옮겨 조립 완성된다.

초기 구상은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 제작업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국가별로 가장 경쟁력 있는 부분을 부분 제작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영국 공장에서는 날개부분, 프랑스 공장에서는 기체 앞부분 및 동체, 독일은 동체 뒷부분, 스페인은 수직 꼬리 날개부분을 제작한다.

문제는 조립 완성단계다.

A380이 초대형 여객기인데다 구매 항공사에서 요구하는 인터넷, 위성전화, 비디오 게임, 영화 등 부대시설 또한 많아져 기존 여객기 제작의 5배에 이르는 500㎞의 전선을 완성단계에서 넣어야 하는 점과 30만 곳을 웃도는 이음 부분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완성 조립단계가 단순 조립이 아니라 그 자체로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예상 이외의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게다가 4개국에 분산되어 있는 제작 공장들간의 상호협력 체계 또한 완전히 구축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아직도 각 사이트들간의 전산장비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소유구조상으로는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컨소시엄 형태에서 통합된 단일회사로 탈바꿈했지만 아직 내부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공동회장 중 한 명인 장 프랑소아 네페는 이전의 컨소시엄이었을 때는 (맡은 부분에 따라 책임 소재가 분명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 분명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인도 기한 연기가 아니라 에어버스 성장 전략 자체의 문제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번째는 시장수요 예측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사실 에어버스는 지난 몇 년간 시장점유율을 20%에서 50%대로 끌어 올리면서 지난 2001년 이후로는 보잉사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해 왔다.

이 고속 성장의 와중에 전세를 굳힐 회심의 결정타로 준비해 온 것이 500명 이상의 승객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이었다. 향후 몇 년간 주요 허브 공항을 연결하는 항공기 수요가 급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총사업비 85억유로를 쏟아 부은 이 사업은 아직까지는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세계 16여개 항공사로부터 160여대의 수주를 받아놓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보잉은 정원이 300명 정도로 크진 않지만 초장거리를 운항할 수 있는 B787을 선보였다. 첫해인 지난해에만 235대를 수주한 덕에 보잉사는 민항기 시장에서 수주총액 기준으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허브공항을 연결하는 항공기 수요가 클 것이라는 에어버스의 예상과는 달리 목적지를 환승 없이 직접 연결하고자 하는 승객 수요가 더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두번째 문제는 에어버스가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 현재 A380 외에도 두 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더 진행되고 있다.

우선 보잉의 차기 주력기종이 될 B787에 대항하기 위해 300석 규모의 A350을 개발 중에 있다. 동시에 군용 비행기 A400M도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연구개발 인력들의 업무 과잉으로 계획된 일정에 차질을 빚는 이유다.

한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업체는 에어버스가 갖고 있는 기술 우위라는 장점을 살리려면 신형 항공기 구상에서 제작까지의 기간을 현재보다 40% 정도 단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즉 일부 부품 들은 하청으로 해결하고 에어버스 자신은 신형 항공기 구상과 혁신에 주력하는 형태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위기 징후 와중에 긍정적인 것은 에어버스의 경영진도 내부 혁신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민항기 시장에서 에어버스가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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