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사공 많으면 배가 ‘빨리’ 간다/윤승한 금융감독원 총괄조정국장

이장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7.06 15:15

수정 2014.11.06 03:22



법치(法治)냐 덕치(德治)냐는 예로부터 많은 위정자들의 고민이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금융감독 당국의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 건전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독규율과 시장규율을 적절히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이란 금융회사의 위험 추구 행위로 인해 입게 될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주주, 채권자 등 시장 참여자들이 취하는 일련의 통제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예컨대 재무 건전성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외형만 늘리는 금융회사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주주, 예금자, 채권자 등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거나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견제하는 것을 말한다.

감독규율(금융감독시스템)이 금융 주체들 간에 공정한 게임의 룰을 보장하고 금융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 감시자가 마련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한다면 시장규율은 금융시장에 참여하는 금융 주체들이 페어플레이를 위해 스스로 작동시키는 일종의 자정 장치인 셈이다.


이러한 시장 규율은 일찍이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자유시장 경제의 효율적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금융 자유화를 통해 시장 기능이 강화되었던 시기에 오히려 더 많은 금융 불안 사례가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시장규율이 작동하기 위한 요건들이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규율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가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충분히 확보하고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보유해야 하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장 기초여건이 필요하다.

불충분한 정보와 감시 능력을 바탕으로 한 시장 참여자에 의한 통제는 여러 시장 참여자들 간의 이해 상충 문제와 함께 금융회사의 경영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충분한 정보와 능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면 자칫 규율의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이에 해당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에서 시장규율 강화를 위한 감독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현재 감독당국은 투명한 회계 및 공시제도 확충을 통해 시장 참여자가 적시에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금융소비자 교육 강화를 통해 시장 참여자의 전문성 향상과 감시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또한 경쟁적 시장구조와 풍부한 대체 투자상품 마련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영향력 확보를 위한 제반 여건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시장규율 강화를 위한 공시제도 개선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아 이용자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완하고 리스크 관련 공시 항목을 확대하는 등 금융회사의 공시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올해에도 국제표준전산언어(XBRL)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도입하는 등 기업공시 투명성 및 재무정보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금융 이용자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각 금융협회의 주요 기능에 금융교육 기능을 추가해 권역별 특성에 맞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금융 이용자 특성에 맞은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홍보하고 있다.

한편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 등으로 인해 동일 업종 내 금융회사 간 경쟁뿐 아니라 타 업종 금융회사 간 경쟁도 격화되는 등 경쟁적 금융시장이 형성되고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독당국이 시장규율을 작동시키고 시장규율이 다시 감독당국에 의한 규제의 보완장치로서 기능하면서 이 둘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리 속담은 금융감독에 관한 한 ‘사공이 많으면 배가 빨리 간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승한(금융감독원 총괄조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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