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물가안정,시장신뢰가 우선/장건상 재정경제부 경제정책심의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이 지속되면서 일부에서는 우리 경제에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라는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상승 등에 따라 원가상승 부담에 직면한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인상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총수요 증가로 발생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과 달리 경기침체와 국민소득의 감소를 야기한다.

최근 이란,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의 지정학적 불안요인과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석유 수요의 증가 등으로 지난해 배럴당 평균 49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가 지난 상반기 평균 61달러를 웃돌고 있는 것을 보면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 소비자물가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등 등 불안요인에도 상반기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2.4% 상승에 그쳐 지난 2000년 상반기 1.8% 상승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물가의 수수께끼라고까지 부르고 있는데 과거 70년대와 80년대 오일쇼크 당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무척 의외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수요 측면의 낮은 물가상승 압력과 지난해 작황 호조에 따른 농산물의 가격안정 그리고 환율 하락에 따른 원자재 등 수입가격 하락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하반기 이후에도 물가가 계속 안정될 것인가.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 하락세가 지속되던 원화 환율이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더 이상 수입가격 상승의 완충역할을 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도시가스요금과 버스, 택시비 등 지방공공요금 상승이 물가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 특히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상승 등 공급측 상승요인과 지난해 하반기 물가 수준이 상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기술적 요인 등으로 상반기보다 다소 높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올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 이내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이후 경기부진의 영향으로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적극적인 시장개방의 결과 중저가 소비재를 중심으로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고 국내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들이 원가상승을 판매가격 상승으로 전가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 수준의 물가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물가안정목표제’가 지난 98년부터 실시된 이후 통화 당국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민간의 신뢰가 제고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예전에 비해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유가 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물가불안 심리가 유발되고 이것이 실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이후에 적용될 물가안정목표제의 협의를 한국은행과 조속히 완료해 물가안정에 대한 물가 당국의 의지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버스·택시요금 등 서민생활에 밀접한 지방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요금 인상 시기의 분산 등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물가안정은 경제회복과 서민생활의 안정을 뒷받침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정부는 앞으로도 물가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다. 각 경제주체들의 지나친 물가불안심리가 실제 물가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가안정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대응 그리고 무엇보다 이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야말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요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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