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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뉴질랜드 은행의 고민/송경재 오클랜드 특파원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7.13 15:16

수정 2014.11.06 02:56



뉴질랜드 중앙은행인 뉴질랜드 준비은행(RBNZ)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02년 이후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를 7.25%까지 끌어올렸던 RBNZ가 이제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할지 내려야 할지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집값 오름세는 서서히 꺾이고 있지만 고유가에 따른 2차 인플레이션 위험성과 고금리를 보고 뉴질랜드로 쏟아져 들어온 해외 자금의 급격한 탈출 가능성으로 인해 당장 통화긴축 기조를 접기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연평균 4.3% 성장했던 뉴질랜드 경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2%로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가 두드러져 지난해 3·4분기에는 0.1% 성장에 그쳤고 4·4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로 전분기에 비해 경기가 뒷걸음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도매업 활동이 -2.0%, 제조업 생산이 -0.9% 뒷걸음치는 등 경제의 양대 축인 생산과 유통이 모두 위축되고 있다.


향후 경기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투자 역시 제조업 침체로 인해 그동안의 상승 행진을 마감하고 지난해 4·4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인플레이션과 집값 오름세는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는 불꽃을 품고 있는 상태다.

꾸준한 금리인상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오름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RBNZ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상승 탄력 둔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활용 가능한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1·4분기 CPI는 지난해 2·4분기 0.9%, 3·4분기 1.1%, 4·4분기 0.7%에 비해 오름세가 둔화된 0.6%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1·4분기에 비해서는 3.3%가 오르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물가 상승은 주로 높은 기름값과 집값 오름세에 따른 것으로 유가와 집값이 CPI를 각각 5.1%, 1.0% 끌어올린 것으로 RBNZ는 추산하고 있다.

전년 동기비 항목별 오름세를 보면 주택 가격이 2.19% 올라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인상에도 집값 오름세는 이어지고 있음이 입증됐다.

뉴질랜드의 부동산 투자분석 업체인 REINZ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집값 오름세가 이어져 뉴질랜드 전체로는 전년 동월비 0.1% 상승세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 지역이 중심가만 2%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전반적으로 3% 오름세를 보였다. 오클랜드 남부 교외지역인 파파쿠라는 집값이 14% 올라 높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수요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주택 건설비가 좀체 낮아지지 않고 있어 집값이 여전히 오름세를 타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건설비는 28분기(84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면서 집값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건설비 상승은 배럴당 7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2차 인플레이션 우려도 낳고 있다. 주택 건설비 상승의 배경으로 건축자재, 마감재 가격 상승과 함께 건설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차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게 되면 경제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어 금리정책 향방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대부분 분석가들은 그러나 2차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주택경기 연착륙과 금리인상 동결 또는 금리인하, 이에따른 뉴질랜드 통화가치 하락과 경기 회복이라는 낙관적 전망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앨런 볼라드 RBNZ 총재도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회에서 그동안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마침내 주택 시장 과열을 식히고 있다며 연말께 마침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금리로 경제를 옥죄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오는 27일 볼라드 총재가 RBNZ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금융정책회의(MPS)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볼라드 총재가 더 이상 주택경기 과열을 걱정하지 않고 경기 둔화로 관심의 축을 옮긴다면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RBNZ가 막상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고금리를 보고 몰려든 해외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게 되고 이럴 경우 뉴질랜드 경제가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볼라드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 dympna@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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