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명퇴자 기술 해외유출 막아야/윤선희 한양대 법과대학 교수



우리나라 발전의 초석을 이룬 50∼60대 이상은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기에 태어났고 6·25 전쟁을 겪으면서 가족의 중요성을 인식한 부모들의 맹목적인 자식 사랑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이루었다.

이 베이비붐 세대는 어려서부터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살아남아야 했기에 공부에 매진했고 학업을 마친 후에는 국내의 일자리 부족으로 중동 등의 해외 현장을 누비며 외화를 벌어들였으며 베트남의 전쟁터에 총대를 메고 달려가기도 했다.

50∼60대 이상의 가장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만 이미 제조업의 공동화가 상당히 진전된 국내에서는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취업의 눈을 돌리고 있다. 상당수는 외국에서의 재취업에 성공하기도 한다. 심지어 하버드(하루종일 할 일 없이 노는 사람)의 낙제생에서 예일대(예순이 넘어서도 일하는 사람)의 장학생으로 새 인생을 맞는 실버들의 모습은 자랑거리로 보도되기도 한다.

여기서 작은 나무들은 잘 보았지만 그 뒤의 큰 숲은 보지 못하고 간과해 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경우가 아니라 선례가 있기에 그것이 얼마나 큰 우가 되는 지를 알게 된다.

지금 우리의 처지와 같았던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자. 2차대전 후 패전한 일본은 무척 황폐해졌으나 우리나라의 6·25 전쟁을 계기로 군수물품을 팔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그 이후 고도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80년대 초까지 그 고도 성장세가 이어졌고 그 이후 국내인건비 상승과 3D 직종의 기피 등으로 제조업 등의 분야가 인건비와 원자재가 싼 우리나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로 생산거점을 옮겨가면서 여전히 경제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국내의 산업 공동화 현상이 생기면서 3차산업인 금융 분야를 제외하고는 신규 채용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일본에서는 대학 3학년이 되면 취업이 결정되기가 예사였는데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산업 공동화로 인한 영향이 금융산업에도 그 여파가 미쳐 금융업계의 통폐합까지 겪게 되었다.

그러자 일본에서는 문제가 없다던 대학 졸업자의 취업도 길이 막히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기업들은 값싼 비정규직의 채용을 늘렸고 한번 취직하면 퇴직할 때까지 한 회사에 다니는 것을 당연시하던 일본 사회에 캥거루족, 니트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면서 사회병리 현상을 보이게 됐다.

이렇게 신규 채용의 길이 막힌 것은 물론 기업들은 현직에 있는 직원들마저 밀어내며 몸집을 줄여 살아남을 길을 모색했고 그 와중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가장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나섰다. 이들은 대다수가 기술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재취업을 했으며 삶의 질도 이전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은 열과 성으로 자신이 이전에 습득했던 첨단기술을 이전했고 그 나라의 발전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도 그 범주에 속한다.

이제 일본의 예에서 우리는 무엇을 교훈으로 배워야 하는지 알게 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예로 든 일본의 상황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거의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지켜내야 할 기술이 있고 그 기술을 몸에 익힌 기술자들이 있지만 그 기술자들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가지고 우리나라를 위하여 일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대책으로 먼저 정부는 첨단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정책적으로 방지해야 하고 산업의 공동화를 정책적으로 막아야 한다. 기업은 인건비가 싸고 원자재가 저렴하다고 무조건 해외로 진출해 기업이 가진 것을 송두리째 내놓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공장 이전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없고 국제적으로 공지된 기술분야는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최첨단분야는 특허 출원이나 기술 이전, 공장 이전 등을 자제하면서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퇴직 후에 경쟁사나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기업 내 또는 관련분야에서 전문분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으므로 퇴직 연령을 점진적으로 늦추는 동시에 평생 일하면서 습득한 귀중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퇴직 후에도 살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퇴직 후에는 낮은 급여를 받더라도 후손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자기의 주특기를 살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봉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