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민영의보 역할 과소평가 말라/안병재 손해보험협회 상무



서울대 이진석 교수는 지난 8월21일자 ‘민간의료보험의 허실’이란 기고에서 보험사가 계약자를 선별 인수하고 소비자에 대한 정보 제공이 부족하므로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보건복지부에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교수의 주장은 일견 민간의료보험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반박한 듯 보이며 특히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민간의료보험이 감독당국의 방치하에 팔리고 있음을 지적한 듯이 보이나 그 내용이 ‘의대 교수’라는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거칠고 일방적이다.

우선 이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동일한 제도로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은 소득 재분배 차원에서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보조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그러나 민간의료보험은 그 성격이 다르다. 이 교수 지적대로 아무나 보험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다. 동일한 위험을 가진 계층끼리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고 위험이 높은 계층은 보험료가 높고 또한 보험 가입이 까다롭다. 이것을 계약 심사라 하고 선진국일수록 이를 더 중시한다. 심사 기능이 취약하면 그 피해가 선의의 보험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일부 계층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보험 가입이 여의치 않다. 때문에 그 ‘안타까운’ 계층에 대해서는 정부의 더욱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란 뜻이다.

이렇게 민영보험의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보험사를 보상하지도 않는 상품을 파는 기업으로 몰아붙일 요량이라면 우선 전공분야인 병원의 소비자 권익보호 현실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의료업계에 만연돼 있는 과잉 진료는 물론 의료비 과다, 허위청구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말이다.

이교수의 지적대로 보험은 상품이나 약관 내용이 복잡하다. 그러나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품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마도 병원과 보험의 상황을 거꾸로 이해한 듯하다. 보험 정보가 아무리 부족하다 하더라도 병원이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만 못할까. 우리나라의 보험 정보 공시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심하다는 불평이 나올 정도로 감독되고 있음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험상품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고시 법률적 사항을 포함, 보상과 관련된 사항을 명확히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표현이나 용어의 사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세계적 공통사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브로커, 대리점, 보험설계사 등을 두어 중간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즉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 보험 상품의 본질임을 간과한 듯하다.

또한 이교수는 보험감독 당국이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지적하며 외국에선 대부분 보건당국이 민간의료보험을 감독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교수의 주장과는 달리 민간의료보험의 감독 자체를 보건당국에서 하고 있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약관 등에 대해 보건당국이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설정 차원에서 관여하고 있는 것이 일부 확인되고 있는 수준이다.

물론 보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과장 광고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보험범죄는 해묵은 보험업계의 해결 과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개선이 필요한 것이지 검증되지도 않은 논리로 강행되는 개악이 필요한 게 아니다. 특히 타인의 논문을 필요한 부분만 인용해 보험산업 전체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혀왔다는 식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보험업계는 지난 40여년간 국민건강보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민간의료보험을 판매해 왔다.
일부의 주장처럼 소비자에게 아무런 혜택도 주지 못하는 상품이라면 10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암 등 특정질병이 발생하면 소득 상실이나 기타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것에 착안, 특정 질병만 고액 보상하는 상품을 개발하여 많은 절망적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민간의료보험의 최대 성과다.

진정으로 공사 보험간의 합리적 역할 설정 방안을 찾고 싶다면 관련산업의 단점만을 침소봉대하여 깎아내릴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우선 연구하는 것이 건강보험 발전이나 국민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