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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프랑스 경기침체 벗어나나/안정현 파리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8.31 09:43

수정 2014.11.06 00:13

프랑스가 2000년 이후 계속돼온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것인가.

프랑스의 공식 통계기관인 경제통계연구소(INSEE)는 지난 2·4분기 프랑스 국내총생산이 1.1%라고 발표했다. 이는 분기별 성장률로는 지난 2000년 이래 3번밖에 없었던 수치다.

이런 호조에 힘 입어 2·4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은 1.9%가 됐다. 작년 한해 동안의 경제성장률이 1.2%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실적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연간 성장률 4%대도 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무엇이 최근 프랑스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

수치상으로 본다면 성장의 3대 축인 소비, 수출, 투자 모두에서 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는 1·4분기에 0.9%, 2·4분기에는 0.7%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 1·4분기에 3.4% 증가했고 2·4분기엔 1.8%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징조는 투자에서 나타나고 있다.

1·4분기 성장률이 제로였던 데에 비해 2·4분기엔 1.5% 성장했다. 투자는 향후 성장에 관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 증가에 의한 반짝 경기회복이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 자체가 회복돼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경제 지표들이나 주변 경제여건들도 크게 나쁘지 않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전년 동기 대비 인플레율이 유럽 중앙은행 억제 목표치인 2% 이내에 머물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기 회복 또한 프랑스 경기 회복에 호재로 인식된다. 특히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인 독일의 경기회복 조짐은 자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좋은 선행지수라고 프랑스 재경부는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표현대로라면 그야말로 모든 지표들이 ‘청신호’다.

그러나 아직 경기 회복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게 적잖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경제통계연구소측도 3·4분기 성장률을 봐야 이후 상반기 회복세가 반짝 경기인지 추세인지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여러 가지 불확실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경기를 이끄는 미국의 성장세가 고유가의 여파로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플레 억제를 위해 유럽중앙은행이 금리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나 유로화의 강세 또한 썩 좋은 소식은 아니다.

또 다른 변수는 독일의 회복 조짐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내년 초에 부가가치세 인상이라는 악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독일 소비자들이 부가가치세가 오르기 전 미리 내구재 등은 앞당겨 사려는 행위가 예상돼 연말까지는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 호재가 될 수 있지만 내년 들어 소비가 후퇴하고 독일 경기가 다시 식는다면 프랑스에도 당장 여파가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변수는 프랑스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수출이 증가하긴 했으나 무역수지가 계속 큰 규모의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1·4분기 무역적자는 125억유로에 달했고 2·4분기엔 여기에 17억유로가 더 늘었다. 물론 수치상으로 보면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유가 인상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프랑스의 투자은행인 Ixis CI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파트릭 아르튀스는 유럽 대륙 국가들 중 경제규모가 가장 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4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독일을 제외하고는 지난 98년 이후로 점유율이 감소 추세에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아르튀스는 프랑스의 경우 농가공 식품을 제외하고는 2002년 이후 무역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프랑스 자동차 산업에서 이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금액상으로는 프랑스의 최대 수출품목이고 수입품목으로는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지난 2·4분기 동안 10억유로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1·4분기에 비해 흑자 폭이 5억유로나 감소했다.


이번 경기 회복이 반짝 경기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프랑스 상품의 국제 시장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의미 있게 들린다.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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