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비타…마돈나 ‘파격 캐스팅’ 96년 빅히트



지난 96년 개봉(국내 개봉은 97년 2월)된 마돈나 주연의 ‘에비타’는 엔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오페레타 형식의 작품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에비타’는 뮤지컬이 빅히트를 기록하던 지난 81년 처음으로 기획된 이후 꼭 15년만에 영화로 완성됐다. 영국 영화감독 켄 러셀에서부터 ‘JFK’의 올리버 스톤까지, 여배우 메릴 스트립에서 미셸 파이퍼까지 수많은 이름이 오르내렸던 영화는 결국 ‘버디’의 알란 파커 감독과 팝 가수 마돈나를 투 톱으로 내세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획과 포기를 반복하던 영화는 그러나 또다시 예상치못한 난관에 직면했다. 천박한 이미지의 마돈나를 에바 페론 역에 캐스팅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제작진은 영화의 단 한 장면도 브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촬영할 수 없었다.

‘역사를 왜곡했다(특히 후안 페론 집권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체 게바라가 왜 영화 속에 등장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았다)’거나 ‘에바 페론을 지나치게 우상화했다’는 비판이 빗발쳤지만 영화는 대체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마돈나가 오히려 이슈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영화는 ‘에비타 룩’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창출하는가 하면, ‘채찍을 든 여자’ ‘산타 에비타’ 등 에바 페론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을 되돌아보는 책들을 양산해냈다.

출연하는 영화마다 실패를 거듭했던 마돈나도 이 영화를 통해 거의 처음으로 호평을 받으며 배우로서 호사를 누렸다. 마돈나는 이 영화로 몇 개의 트로피도 챙겼다.
개봉 이듬해 열린 제5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영화를 위해 새롭게 작곡된 ‘유 머스트 러브 미(You Must Love Me)’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한편, 마돈나의 ‘에비타’는 지난 2002년 9월 북한에서 열린 제8차 평양영화축전에서 상영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비동맹·개발도상국가 영화제를 표방하고 있는 평양영화축전측은 1940년대 아르헨티나를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선택했겠지만 퇴폐적인 이미지의 마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미국 영화를 상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