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11·15대책] 특별기고/최재덕 건설산업연구원장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1.15 17:50

수정 2014.11.04 19:27



모 언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DJ)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을 때 DJ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서민용주택과 임대주택 등은 정부가 맡아서 충분한 물량공급을 해주고 나머지 주택은 시장에 맡기되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생각해 봄직하다”고 언급을 했다고 하는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되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해법 가운데 가장 정곡을 찌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서민들의 주택 문제란 무엇인가. 가장 답답한 것은 2년 전세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올라버린 전·월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겪는 고충일 것이다. 또한 내집마련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도 도저히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일 것이다.

시중금리 절반 수준 정도에서 전·월세나 내집마련 자금의 주택융자가 가능하다면, 서민용 아파트라도 시중가격의 약 70∼80% 수준에서 언제라도 구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설사 강남이나 버블세븐 지역에서의 주택가격 폭등이라는 뉴스가 나오더라도 그렇게 절망적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있는 사람들의 머니게임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주택가격 폭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있지만 역대 정부의 숙원이었던 ‘보유세 현실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제도화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 결과 공시지가 약 10억원 주택의 경우, 보유세가 2005년에는 370여만원에 불과하였으나 2006년에는 600여만원으로, 2009년에는 거의 800만원 수준으로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징수되는 보유세 중 일정 부분과 경기 성남 판교 등 신도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채권입찰제 등으로 조성되는 자금을 활용한다면 전·월세 융자자금의 이차보전이나 서민주택의 건설자금 지원 등 서민주택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재원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일 대통령은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특히 집없는 서민들의 상실감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정부는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재경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11·15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그 주된 내용은 금융규제와 공급확대 대책이다. 과연 11·15 부동산대책이 대통령의 얘기처럼 집 없는 서민들의 상실감을 해소하는데 충분할 만큼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한 것일까.

우선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을 짚어보자. 수요 측면에서는 금리와 교육문제, 세제 등을 들 수가 있고 공급 측면에서는 환경·그린벨트·재건축 규제, 금융지원 등을 들 수가 있겠다. 그러나 이런 수단들을 동원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11·15 부동산대책은 택지공급 확대와 분양가 인하, 주택공급 로드맵 제시 등으로 서민들에게 언젠가는 내집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고 서울외곽과 수도권지역에서의 집값 폭등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월세 대책은 부족하고 대부분의 주택공급도 서울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문제의 보완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약속처럼 좀 더 ‘정책적인 역량’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전·월세 대책과 서울권의 택지확보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 11·15 대책을 보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역량’을 동원할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정책은 선택과 집중이다. 정부가 주택에 대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중산층 이상의 주택 문제는 시장과 세금에, 그래도 풀리지 않는 숙제는 다음 정권에게 맡기고 이 정부 남은 기간에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서민과 무주택자들의 주택 문제 해결에 집중해 주택문제로 인한 서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는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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