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황금돼지 꿈’ 꾸게하는 지도자/박희준 정치경제부장



“한국 정부는 뭘 해줄 수 있는가?”

최근 만난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 이환균 청장이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IBM 아태지역본부를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하겠다고 했을 때 들은 이야기다.

이청장은 이에 대해 “당장 현재만 보고 사업하느냐. 10∼20년 뒤를 보라. 한국은 동북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말로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에게 돌아온 말이 “한국의 대기업은 입주했느냐”였다고 한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두바이가 미래를 향한 ‘꿈’ ‘비전’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요즘 IFEZ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입맛은 쓰다.

우리나라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만들기 위해 2003년 10월 출범한 이후 3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상당한 성과를 이뤘지만 중앙정부나 국민들의 ‘성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중동의 떠오르는 태양 같은 ‘두바이’의 빛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 대표, 정부 지도자, 정치인들은 지근 거리의 IFEZ를 찾지 않아도 두바이로 날아가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삼성건설이 시공하고 있는 초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는 물론,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인공섬 팜아일랜드(야자수 섬) 프로젝트의 하나로 계획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섬 ‘팜주메이라’ 등은 벌써 버트 두바이의 ‘상징’이자 ‘미래의 비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1985년 지정된 ‘제벨알리 자유지역(Free Zone)’에는 미국의 GE, 한국의 삼성, 일본의 닛산 등 120여 국가의 5400여 기업이 입주해 중동의 비즈니스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는 오늘날 중동의 물류·관광·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환경과 생활여건을 개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균형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출범한 IFEZ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부나 기업들의 외면 속에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처지에 있다. 이같은 사정은 IFEZ뿐 아니라 부산, 경남 진해, 전남 광양 등 다른 경제자유구역도 마찬가지다.

인구 13억명의 중국과 첨단기술국가 일본, 인구 2200만명의 수도권을 배후에 둔 IFEZ는 오는 2020년까지 14조7600억원을 들여 송도·영종·청라 등 3개 지역 209㎢(6333만평)를 개발, 각각 금융허브, 물류허브, 관광·레저허브로 만드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송도 국제도시와 주요기반 시설인 인천대교 공사에 들어가는 등 하나 둘씩 외관을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청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우선 IFEZ의 지위가 인천시 출장소여서 국가 차원에서 약속해줄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 세제 혜택을 주려해도 법에 정한 것외는 따로 줄 게 없고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려 해도 각종 수도권 규제를 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더욱이 재정경제부는 예산권이 없어 조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부처간 의견 조회에만 6개월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셋째는 기업 유치 가능성이 높아 인프라 건설을 해주려 해도 중앙정부는 “국가균형 발전 정책에 어긋난다”거나 “50% 범위 내에서 국고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규정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IFEZ 직원들은 “경제자유구역청은 자유가 하나도 없다” “외자 유치는 한 건도 없다”고 푸념한다.

IFEZ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도시를 건설해 성공 모델을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려던 당초의 꿈은 거의 좌초 지경에 이르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철강산업의 아버지라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국민의 사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이 없었다”면서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비전이 간절하다”고 지적한 것은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쟁의 칼날이 부딪치고 있고 입정 사나운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히 난세다. 때문에 국민들에게 ‘황금돼지 꿈’을 꾸게 할 수 있는 지도자와 지도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