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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佛 새 은행 제휴모델 ‘나티시스’/안정현 파리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2.07 18:33

수정 2014.11.04 15:21

지난달 17일 프랑스에서는 또 하나의 투자은행이 탄생했다. 프랑스 저축은행인 케스 데파르뉴와 프랑스의 주요 상호은행 그룹중 하나인 방크 포퓰레르가 공동으로 설립한 나티시스가 그것이다.

나티시스의 탄생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른 두 은행이 공동 출자해 만든 또 하나의 은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기존에 있던 두 은행의 도매금융 부문의 합병을 통해 궁극적으로 두 그룹간의 제휴를 모색하는 두 그룹간의 준합병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티시스 은행이 두 모그룹에 해당하는 케스 데파르뉴와 방크 포퓰레르의 지분을 20%씩 보유하게 된다는 점이 이 사실을 증명한다.

이와 같은 합작의 결과로 프랑스는 6개의 대형은행 그룹들이 경쟁하는 구도로 가게 되었다.
BNP 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크레디 뮤추엘-CIC, 최근에 상업은행 크레디 리요네를 인수한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 얼마 전 우체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우체국 은행(방크 포스탈) 그리고 이번에 합병한 케스 데파르뉴-방크 포퓰레르가 마지막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사실, 두 은행간의 도매금융 부문 합병은 덩치만으로 볼 때는 시장에 위협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매출액 기준으로 볼 때 새 은행은 60억유로로 BNP 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크레디 아그리콜 그룹에 이어 4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도매금융 부문에서는 ABN 암로 또는 도이체방크와 같이 이미 유럽에서 확고히 자리잡은 외국 대형투자은행이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더욱 축소될 수 있다. 사실 현재 유럽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는 우선 국내 업계 1위로 등극해서 범유럽 차원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티시스는 주요 사업부문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자산운용 부문 프랑스 1위, 대출보험 부문 세계 3위, 구조금융 부문 또한 세계 15위권 안에 들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급여 연계 저축 부문에서도 프랑스 1위다. 이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280만 봉급연계 계좌는 향후 프랑스 은행업계에 새로운 주요 시장으로 부상할 사적 연금저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좋은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티시스의 설립은 두 은행간의 새로운 합작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두 그룹간의 완전통합보다는 소매은행 부문의 자율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도매금융 부문만을 통합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은행간 합병에서는 합병 후 소매금융 부문의 비용 절감 및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점망을 통폐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나티시스의 두 모 은행은 오히려 소매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지점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이자율과 세금 혜택이 부과되는 특수저축 상품인 리브레 A를 아직도 케스 데파르뉴가 독점하고 있고 방크 포퓰레르도 소매금융 분야에서 닦아온 지위를 손볼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오히려 국제적으로 경쟁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업무 자체도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도매 금융 부문을 공동으로 운영함으로써 이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도 실현하고 다른 형태의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인원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합병에도 불구하고 오는 2010년까지 2000∼3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현재 인력이 2만3000명임을 감안할 때 향후 연간 3∼4 %의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부분의 합병 뒤엔 인원 감축이 따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예외적인 경우이다.

나티시스의 필립 듀퐁 회장은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새로운 합작 모델에 자신감을 나타내면서 향후 2010년까지 연평균 10% 성장과 자기자본이익률 16% 달성을 자신했다.

나티시스의 탄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곧 주식이 상장되는 이달에 드러난다.
총 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3억유로 정도의 주식이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일부 언론들은 증시를 통해 드러나게 될 나티시스의 시장가치가 25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새로운 형태의 은행간 제휴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

/junghy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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