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츄리보이 팬터지,우리 부부의 꿈” 연출-작가 홍상진-조수나



끼로 똘똘 뭉친 예술인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세계적인 국산 퍼포먼스 ‘난타’와 ‘점프’에 출연했던 홍상진(30)은 럭비공처럼 생각이 ‘통통 튀는’ 배우다. 홍상진은 이들 공연을 통해 나름대로 유명한 배우가 됐다.

‘난타’와 ‘점프’로 전 세계로 공연을 다니던 홍상진은 언젠간 꼭 자신의 작품을 갖겠다는 꿈을 키우게 된다.

그러던 중 그는 ‘난타’의 팬이었던 조수나(34)와 결혼했다. 부창부수였을까. 조수나는 원래 웹디자이너였지만 남편을 만나 뮤지컬 작가로 데뷔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05년 CJ엔터테인먼트가 국내에서 처음 진행한 ‘창작뮤지컬 쇼케이스’ 공모에 자신들의 꿈을 담은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을 출품해 당선한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달 20일 이들은 그들의 자식같은 작품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홍상진은 자신이 꿈꾸었던 작품의 연출과 주인공을 맡았다. 막연하기만 했던 꿈을 드디어 이룬 것이다.

■인터뷰/‘컨츄리보이 스캣’의 부부 연출가·작가인 홍상진·조수나

“정형화되고 잘못된 틀을 따라가지 않아서 열려져 있는 뮤지컬 작품을 만들 수 있었어요.”

국내 1호 쇼케이스 당선작 ‘컨츄리보이 스캣’의 부부 연출가와 작가인 홍상진·조수나씨는 자신들이 겪고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작품에 투영하다 보니 자연스레 출품작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특히 ‘난타’와 ‘점프’의 전세계 공연에 참여했던 홍상진씨는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경험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토양이 됐다고 했다. 홍상진씨는 “전 세계를 돌며 공연하면서 해외 작품들을 많이 봤고 그게 자극이 됐다”면서 “공연 때문에 뉴욕에 장기간 체류할 때는 수많은 공연을 보면서 내 작품을 꼭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홍상진씨는 그 뒤로 자료를 조금씩 모으고 영화를 패러디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반면 부인 조수나씨가 뮤지컬 제작에 참여하기까진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남편이 자신의 뮤지컬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던 사람은 다름아닌 부인 조씨였다.

“안될지도 모르는 막연한 작품을 한다고 하길래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못해 괴로워하기 보단 원하는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허락했어요.”

이젠 부인 조수나씨가 공연기획 등에 더 열성적이다. 조씨는 쇼926(www.show926.com)이라는 공연기획사 대표가 됐다. 이 회사에서 남편은 감독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남편 덕분에 공연계에 몸 담은 조수나씨는 원래 웹디자이너였다. 조씨는 무작정 공연이 좋았다. 그는 남편과 만남을 이어준 ‘난타’ 공연만 100여번을 넘게 봤다. 그리고 ‘난타’ 공연 평생 관람권까지 받았다.

이런 풍부한 경험 덕분에 조수나씨는 ‘컨츄리보이 스캣’의 이야기를 엮는데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앞으론 작가로서 더 이상 글을 쓰진 않을 거라는 그는 자신의 글의 바탕은 생활경험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예전에 방영됐던 TV 미니시리즈 ‘X 파일’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관련 동호회 활동인 ‘펜 픽션’에서 글을 쓴 것이 지금의 작품을 쓰는데 토양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남편이 발레를 배웠는데 그때 만난 발레리나 이름이 조안나여서 극중에 나오는 안나가 탄생했어요. 다른 극중 인물들도 거의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어요.”

쇼케이스 응모 작품들이 배우나 작곡가를 섭외하지 못해 무산되기 쉽지만 이들 부부는 그 동안 쌓은 인맥으로 많은 이들로부터 도움 받을 수 있었다.

“쇼케이스 때는 남편과 함께 ‘난타’에 출연했던 여배우가 노개런티로 무대에 섰어요. 그리고 남편이 ‘댄서라고 우기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에 있을 때 이 모임을 만들었던 이성재씨가 저희 작품의 안무를 맡았죠.”

“게다가 4명의 작곡가는 이 작품에 출연하는 남편의 남동생이 해군 복무시절 만난 전우들입니다. 어쩌다가 모두 인맥으로 엮어졌어요. 덕분에 작곡가들에게 연출이 생각하는 것을 쉽게 이해하고 전파할 수가 있었어요. 모두들 뮤지컬의 기존 틀에 굳어있지 않았고 덕분에 호흡을 더 잘 맞출 수 있었죠.”

기존에 보지 못한 뮤지컬이라는 전문가들의 호평도 있었다.

홍상진씨는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한 뮤지컬 작곡가 한 분은 연출 부분에서 조금만 마무리를 잘하면 전무후무한 작품이 될 것이라는 극찬을 해주셔서 너무 기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상진·조수나 부부는 뮤지컬 관련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역으로 그게 오히려 공모 당선에 도움이 되었다. 기존 뮤지컬 작품들은 음악과 연극이 따로 노는 작품들이 많은데다가 이른바 4대 뮤지컬이라고 하는 외국의 교과서적인 뮤지컬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도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부부가 만든 뮤지컬 ‘컨츄리보이 스캣’은 그동안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것들을 담았다. 하나의 예로 ‘컨츄리보이 스캣’에선 말 달리는 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음향을 흥얼거리는 듯한 스캣으로 표현한다. 비발디의 ‘사계’에선 오케스트라가 사계절을 악기로 표현하듯이 이 작품의 주인공인 꿈꾸는 소년은 스캣송으로 자신 주변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소재는 신선했지만 기존 뮤지컬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홍상진씨는 “시도되지 않았던 스캣을 이용한 뮤지컬 음악을 만들어서 성악가에게 의견을 물었을 땐 좋다는 반응을 얻었지만 오히려 배우들은 부정적이었다”며 제작 초기의 어려움을 떠올렸다.


홍상진씨는 초연이기에 공연 때마다 지적되는 아쉬운 부분은 부인과 틈틈이 상의하면서 고쳐나가고 있다. 때로는 무대세트를 재현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무리하게 바꾸어 보라고 부인이 요구할 때는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자식과 같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인다.

“부부이기에 좋은 점은 연출 겸 배우와 스토리를 엮은 작가의 호흡이 더 없이 잘 맞는다는 거예요. 한 사람이 ‘그거’하면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눈빛만으로 통하는 게 저희들만의 장점입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