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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2>데이비드 페르난데스 JP모건 체이스 아시아 헤드

서제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02 16:45

수정 2014.11.06 01:56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한국이 가진 잠재력은 충분하다.”

데이비드 페르난데스 JP모건체이스 아시아 헤드는 한국 금융시장의 가능성을 이렇게 평가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2000년대 이후 빠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동시에 이머징마켓이라는 새로운 틀로의 편입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으로 금융시장 선진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 변화들을 앞두고 있다. 이같은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제8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 참석한 데이비드 페르난데스 JP모건체이스 아시아 헤드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월드클래스 금융 인프라 구축’을 첫 번째 과제로 꼽으며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필요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또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남미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제전문가로서 아시아시장에 와서 활동하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시아 금융위기 때 왔다. 뉴욕의 JP모건에서 근무하면서 존스홉킨스대에 교수로 재직하던 중 아시아발 위기가 있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위기를 명확히 진단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 아시아시장으로 오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9년째 생활하고 있는데 만족스러운 수준이며 특히 9년 전에 예상했던 대로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시아시장은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초심을 유지하며 아시아 시장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 관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외환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는 세계적인 수출지역이 됐다. 미국 달러화는 최근의 약세로 어느 정도 조정이 일어나 현실경제에 맞게 조정 중이다. 그러나 이머징 마켓,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거래는 그동안 강한 환율 상승세를 보여 과잉 재정을 초래했고 이는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은 물가를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원화 등 약세 통화정책을 고수하려 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인도, 태국에서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잘못된 경제제도와 변칙적인 인플레이션 등으로 허덕이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레바논,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은 금융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 그런 국가들의 경우를 참고하라고 충고할 수 있다.

―지속되고 있는 아시아의 환율 강세를 어떻게 보는가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은 분명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JP모건에서는 한국만큼은 환율 강세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태국의 경우 작년 한해 동안 상당히 빠른 속도로 바트화 강세를 이어갔다. 당시 태국 정부는 임의로 그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그런 움직임이 없다. 모든 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강세가 예상되지만 한국만큼은 다를 것이다. 지난 4년간의 지속적인 원화 강세는 이미 한국의 외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한국의 환율 강세는 앞으로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앞으로 1년 정도 내에 한국 원화의 약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JP모건은 한발짝 앞서 이런 전망을 하고 있다. 만약 이런 예상이 들어 맞는다면 누구보다 한국의 수출 기업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이것은 한국 기업들의 주가와 기업역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시아국가들, 특히 한국이 외환보유고를 늘려가는 데 장애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환율이 강세를 이뤄냈는가가 중요하다. 거기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외화를 보유하고자 하는지도 중요하다. 아시아 국가들은 견고한 재정관리 능력을 갖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가능해진 일이다. JP모건에서는 한국이 IMF구제금융 이후 최고의 외환보유액을 올해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의 경제동향을 보면 지속적으로 외환보유액이 늘고 있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효율적인 외환관리 능력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현재의 외환보유 증가 속도와 한국의 관리능력을 종합해 봤을 때 한국이 지속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확장해 가는 데 있어서 가시적인 장애물은 없을 것이라 본다.

―한국은 현재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자 한다. 그것이 현실화 되리라 생각하는가. 아시아 금융 허브로 가는 길에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특히 현재의 한국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도전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 하지만 풀어야 할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 외국의 건전한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변혁과 조정을 겪기는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한국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금융시장 규제 완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 과정에서 선진적인 시장 구조를 구축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전문적인 금융 인력의 양성도 필요하다. 한국에는 매우 적극적인 금융 마인드를 갖춘 인력이 풍부하다. 과거 몇 년간 나는 한국 인재들의 그런 모습들을 확인해 왔다. 그런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교육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개척정신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이 많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외국의 무대에 나가서 활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인재들에게 국내에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설치해주는 게 중요하다. 한마디로 월드클래스의 금융서비스, 금융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의 후유증을 볼때 금융허브로서 한국의 실험무대가 실패했다는 시각도 있다.

▲투자자들은 잊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를 보라. 심지어 10년이 지난 지금도 말레이시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항상 참고한다. 정치적인 문제, 때로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론스타의 인수매각 과정 경험이 오히려 한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금융관련 인프라와 법적 구조에 대한 한국내의 여론이 성숙해졌다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한 여론이 곧 정치 관료들의 정책 시행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해외의 투자가들은 한국 내의 정치적인 상황들이 더 이상 해외투자가들에 부정적으로만 작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물가 연동채 발행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의 물가 연동채 발행은 고무적인 일이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물가상승분을 이자로 받을 수 있는 물가 연동채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남미는 현재 이미 1800억달러(약 167조4000억원) 규모의 물가 연동채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10년물 물가 연동채를 발행한 것은 훌륭한 정책이다.

―각국 외환보유고의 변동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아시아 각국은 앞으로 외환보유고를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다. 아시아는 중국을 선두로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많은 외환 보유를 지속할 것이다. 또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나머지 국가들은 현 상태의 외환보유액을 유지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늘고 나머지 국가들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최근 헤지펀드의 아시아시장 유입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 초부터 증가한 헤지펀드는 2006년 말까지 꾸준히 늘었고 아시아에서 헤지펀드 레버리지(투자시 차입금을 이용하는 것)도 증가추세다. 이는 아시아 자산시장이 세계적으로 핵심적인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미의 이머징 마켓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신은 서울국제금융포럼 강연에서 그런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미의 이머징 마켓을 아시아와 비교한다면

▲사실 그 둘은 서로 매우 다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남미의 시장은 아시아와 유사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유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남미 국가들의 외환보유고는 주목할 만하게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가 그랬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다. 아시아와 남미 간 성장모델은 여전히 차이가 있다. 그리고 아시아시장의 가능성은 사실 다른 어떤 시장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남미 시장의 경우, 여전히 잠재적인 저력이 존재한다. 근본적인 면에서 남미는 아시아보다 더 빨리 변화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를 보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많은 이익을 돌려줄 만한 이익실현의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외채의 관리와 정책의 조정이 이뤄진다면 아시아 시장과 양대 이머징마켓을 이룰 수 있는 곳이 바로 남미의 시장이다.

―미국의 다음 대선에선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집권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박은 지속되리라 전망되고 있다. 이에 대한 시각은.

▲중국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이미 그럴만한 힘을 축적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물가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은 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것이다. 미국의 견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입지를 구축했다는 말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위안화의 강세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본다. 다만 다양한 정치적 변수가 작동해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전망은 가능하다.

■페르난데스는?

명쾌한 분석력과 카리스마로 JP모건 체이스의 아시아 지역 본부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페르난데스 박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경제학 교수를 지내며 1996년에는 '올해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 경제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JP모건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를 거쳐 현재 JP모건 체이스 아시아 헤드로 재직중이다.

/jhseo@fnnews.com 서제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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