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칼럼] 버핏과 소로스의 예언/곽인찬 논설위원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09 16:53

수정 2014.11.04 22:28



달러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덩달아 원화 가치(환율)는 쑥쑥 오르고(내리고) 있다. 무역협회 같은 곳에서는 환율이 수출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쯤에서 두 귀재의 예언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두 귀재가 누구인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오래 전부터 달러 약세에 베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돈을 잃기도 했지만 약달러 추세에 대한 둘의 믿음은 요지부동이었다. 요즘 같으면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소로스는 달러 약세의 직접적인 원인을 산유국들의 결제수단 변경에서 찾는다. 중동의 석유 수출국들이 기름값을 달러 대신 유로로 받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도 일종의 상품이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값이 오르고 줄면 내린다. 기름값을 유로로 결제하려면 유로를 더 사야 한다. 시장에서 유로가 대접을 받고 달러가 찬밥 신세가 되는 건 당연하다. 유로는 최근 유로당 1.42달러 수준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유국들은 왜 유로를 선호하나. 전후 기축통화 역할을 해오던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흔들리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 뿌리는 미국의 고질병인 무역·재정 적자에 닿아 있다.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이끄는 버핏은 미국이 쌍둥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약달러 베팅을 버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2년 전 그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읽어보자. 그는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외국자본으로 간신히 메우고 있다며 이렇게 경고했다.

“그 결과 지금 약 3조달러의 미국 자산이 외국인 소유가 됐다… 이는 장차 미국인들이 번 돈 가운데 상당액이 외국인 지주들에게 지급될 것임을 뜻한다… ‘오너십 사회’를 지향하는 나라(미국)가 ‘소작인 사회(Sharecropper’s Society)’에서 행복을 찾을 수는 없다.”

빚더미에 오른 줄도 모르고 흥청망청 소비하는 사회, 이것이 버핏이 보는 오늘의 미국이다. 미국이 망하면 다같이 망할 테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배짱, 즉 대마불사론에 대한 막연한 믿음도 한몫 하는 것 같다. 버핏은 특히 부시 대통령에 비판적이다. 전임 클린턴 대통령이 애써 채운 곳간을 다시 거덜냈다는 것이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 상원의원 같은 이는 ‘경제주권 훼손’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써가며 중국과 일본에 ‘볼모’로 잡힌 미국의 빚쟁이 신세를 한탄한 적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은 4년여 만에 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그러자 외환 딜러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달러 팔자에 나섰다. 그나마 높은 금리 덕분에 달러가 버텨왔는데 금리마저 떨어지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해결책은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그럴 힘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약달러에 베팅한 소로스와 버핏의 예언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통화 가치는 국력의 결정체다. 2차 대전을 계기로 기축통화의 영광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이라크의 후세인 같은 독재자들도 비자금만은 달러로 비축했다.
그러나 앞으로 독재자들은 통화 선택을 놓고 고민을 좀 해야 할 거다.

무역협회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정부에 대고 특단의 환율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건 사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다.
그보다는 부시 대통령에게 쌍둥이 적자 해소 건의안을 제출하든가, 아니면 차라리 유로나 중국 위안화 강세에 베팅을 걸고 수출전략을 새로 짜는 게 더 현명할지 모른다.

/paul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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