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인찬칼럼]

“자유를 달라”/곽인찬 논설위원



바다를 메운 그 넓은 땅이 아직은 썰렁한 느낌이다. 쌀쌀해진 날씨 탓만은 아닌 듯 싶다. 60층 고층 빌딩이 치솟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국내 최장 인천대교가 뼈대를 드러냈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송도 현장엔 뭔가가 빠진 듯하다. 그게 뭘까. 왜 그럴까.

경제자유구역 발상이 나오고 법이 통과(2002년)된 건 국민의 정부 시절이지만 본격적인 사업 착수는 참여정부 출범(2003년)과 겹친다.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불량 코드’가 문제였다. 지역 균형발전을 성역 취급하는 정권이 들어서자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졸지에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인천을 풀어주면 수도권 규제에 구멍이 뚫리기 때문이다. 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동북아 물류허브로 구축하고 송도를 국제 비즈니스의 전진기지로 육성하려던 계획은 균형발전 논리에 밀렸다.

대통령이 별 관심을 안 두니까 장관들도 신경을 안 쓰게 됐다.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경제자유구역위원회는 재경부 부총리 대신 차관, 차관보가 참석하는 일이 잦아졌다. 놀라운 건 IFEZ 청장의 격이다. 청장이니까 최소한 차관급은 되겠지 하겠지만 천만에, 지방 공무원 1급이다. 현 이환균 청장은 건교부 장관 출신이지만 중앙 부처 후배 공무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국고 지원을 따내려면 도리 없다.

말뿐인 자유야말로 IFEZ의 고질적인 병폐다. 경제자유구역엔 자유가 없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니다. 외국의 유명 전자업체에 입주를 권유하면 꼭 묻는 말이 있다. “삼성전자도 들어오느냐”는 거다. “삼성은 국내 기업이라 못 들어온다”고 하면 “그럼 우리도 들어가지 않겠다”는 대답이 나온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시정을 입이 닳도록 건의했지만 소 귀에 경 읽기다. 청장에겐 재량권이 없다. 재경부를 비롯한 중앙 부처에 일일이 물어서 일을 처리해야 한다. 당초 내년 4월 완공돼 9월에 문을 열려던 국제학교는 개교를 연기했다. 학교에 다닐 외국인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경제자유구역인가.

그나마 부산·진해, 광양, 인천의 세 곳 중 인천이 제일 낫다니 할 말을 잃는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머지않아 두세 곳을 추가로 지정할 방침이다. 경제자유를 전국적으로 함양하겠다니 말릴 건 없다. 다만 추가 지정을 바라는 지자체장들에게 권하고 싶다. 먼저 지정 후 4년이 흐른 부산·진해, 광양, 인천에 가서 현장을 보라.

이왕 지정된 지역들도 갈피를 못잡고 허둥대고 있다. 이런 판에 경제자유구역을 늘리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곰곰 따져보자. 한국의 어떤 지역보다 뛰어난 인프라와 인적 자원, 지명도를 갖춘 싱가포르와 홍콩, 중국 상하이가 경쟁 상대다. 한 곳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도 버겁게 느껴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IFEZ 관계자들은 중앙정부의 무관심 속에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청와대 안에도 정부 안에도 사업을 꼼꼼히 챙기는 책임자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자유는커녕 4년 내내 속박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송도 현장에서는 공사장 특유의 펄펄 끓는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인천 시민들은 차기정부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중국 동북 3성과 개성, 인천을 잇는 평화·경제의 트라이앵글 구축은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수도권 규제의 덫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동북아 물류허브로 비상하려던 꿈을 날개도 펴기 전에 접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잖아도 송도 개발은 땅값만 부풀려 놓았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20년 뒤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출범한 경제자유구역이 꼭 신도시 개발 같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paul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