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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독사가 숨어있다



■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로버트 D. 헤어·바비악/랜덤하우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상사나 동료를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사원, 도전적인 자세로 격식을 파괴하는 부하직원. 그들은 과연 유능한 직장인인가, 아니면 사이코패스인가.

‘양복 입은 독사(Snakes In Suits)’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직장에서의 생존전략이 공개된다.

최근 사회 유명인사들의 학력 및 경력 위조 사건, 수백억 원대의 주가 조작 사건, 또 핵심정보 국외유출 사건 등 화이트칼러 범죄가 여론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이처럼 남다른 지능과 포장술,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태도로 주위 사람들을 이용하고 조종해 결국 자신이 속한 조직은 물론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화이트칼러 사이코패스’에 관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저명한 산업심리학자인 폴 바비악과 사이코패스 진단기준을 처음 개발한 범죄심리학의 대가 로버트 D.헤어 교수는 오랜동안 화이트칼러 사이코패스, 특히 기업과 조직 안에서의 그들 행동에 관해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다수의 사이코패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엽기적인 연쇄살인자이거나 일정한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한 채 어두운 뒷골목을 배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유능하고 매력적인 직장인의 모습으로 기업과 조직 안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따라서 저자들은 이들을 ‘직장인 사이코패스’라 규정하고, ‘양복 입은 독사’에 비유했다. 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곳은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조직, 특히 현대적이고 개방적이며 유연한 조직 체계를 갖춘 기업 조직이라 한다.

지난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거의 모든 기업들이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구성원에 대한 조직적인 통제도 약해졌다. 이런 변화에 편승해 사이코패스들은 기업 조직 안에서 쉽게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었고, 아울러 돈과 명예, 권력을 가장 쉽고 안전하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발 더 나가 이들은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재, 또는 혜성같이 나타나 위험에 처한 조직을 구원해 낼 유능한 인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거짓말과 속임수에 능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사람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나 자기 확신을 가진 리더십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인 사이코패스는 동료나 선배를 제치고 거침없이 승승장구하는 엘리트 사원이거나 촉망받는 임원 후보인 경우가 많다. 산업심리학자인 보드와 프리츠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영국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 임원 승진 대상자 중 3.5%가 사이코패스로 드러났다고 한다.

저자들은 이처럼 기업과 동료를 희생시키면서 조작과 속임수로 기업에서 성공하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의문을 털어버리고자 책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두 저자가 오랜동안 수많은 기업과 조직을 대상으로 연구해 온 과학적 결과와 풍부한 사례를 통해 그들이 어떤 회사에 매력을 느끼며, 어떤 식으로 채용과정을 통과하고, 기업과 조직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사이코패스의 덫에 걸리지 않는 방법과 사이코패스적인 직장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에 대처하는 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어감에 따라 사이코패스의 행동이 드러내는 미묘한 현상을 감지하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삶이나 회사가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을 미리 보호할 수 있게 된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