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 김법래,‘시저’변신 전성시대



“안녕하세요?”

그런데 탁자가 부르르 떨린다. 밑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낮고 굵은 목소리 때문이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좁은 방의 공기는 요동을 쳤다. 이 정도면 눈을 감고도 알겠다. 이런 ‘진동’을 선사하는 뮤지컬 배우는 별로 없으니까.

김법래, 지난 14일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바로 그다. 지난 15일부터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에서 시저 역을 맡은 그는 저녁 공연을 앞두고 차분하면서도 울림 있는 이야기를 들려 줬다.

경희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그의 꿈은 원래 오페라 가수였다. 남자 성악가들의 음역은 보통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뉘는데 가장 낮은 톤인 베이스가 그의 음역대였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하는 재주다. 국내에선 베이스를 소화할 수 있는 이가 많지 않아 얼마든지 ‘보물’ 대접을 받을 수도 있었다. 외국 유학을 앞두고 ‘아르바이트 삼아’ 서울예술단에 들어갔다. 무대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의 데뷔작은 한국 뮤지컬의 시초로 불리는 음악극 ‘살짜기 옵서예’(1995년)다. 이듬해엔 뮤지컬 ‘아틀란티스 2045’로 신인상을 받았다. 몇 년 뒤 뮤지컬 ‘포기와 베스’로 두 번이나 주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있지만 신인상 이후 12년 동안은 상과 인연이 없었다.

남우주연상이란 잭팟이 터진 건 그가 사정없이 얼굴을 찡그리고 몸을 구부린 뒤다.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파리’에서 꼽추 콰지모도 역은 그에게 고생한 만큼의 결과를 안겨 줬다.

“주연상을 기대했냐구요? 이렇게 힘든 역할을 했는데 상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무대에 서기 전 세 시간씩 목을 풀어야 겨우 콰지모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지금이 딱 ‘상을 받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만약 데뷔 초기에 큰 상을 받았다면 무척 건방져졌을 거예요. 지금은 그저 담담하죠. 아마 상을 받지 못했다 해도 마음에 크게 담아 두진 않았을 거예요.”

그는 유달리 굵고 낮은 목소리 덕에 쉽게 기억된다. 내뿜는 소리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보니 소극장보다는 대극장에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 이 ‘목소리’ 때문에 고충이 있다.

“한번은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 합류하고 싶어서 이지나 연출자를 찾아갔죠. 그랬더니 ‘당신 목소리는 다른 배우들의 목소리를 모두 잡아먹어서 안 된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더라구요.”

‘목소리를 바꾸겠다’며 버티고 일부러 얇은 소리를 내고 다녔다. 차고 넘치는 성량 때문에 상대 배우와 조화를 이루는 것도 특별히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음향담당자가 그의 마이크 소리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기도 했단다.

무대에 발을 내딛던 십수 년 전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 유부남이란 꼬리표는 눈빛 하나에도 발을 동동 구르는 열성팬보다 부담 없이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친구 같은 팬들을 선물로 줬다.

“이제 내년이면 마흔이에요. 그런데도 아직 하고 싶은 작품들이 많네요. ‘지킬앤 하이드’나 ‘드라큘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뮤지컬 제작도 수년 안에 이루고 싶은 꿈이죠.”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사진설명=지난 20일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법래가 최근 출연 중인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의 시저로 분장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