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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09년 달라도 너무 다르다/정지원 뉴욕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1.08 17:02

수정 2009.01.08 17:02

많은 미국인에게 있어 2009년을 맞이하는 샴페인의 맛은 결코 달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엄청난 경기침체로 인해 당장 내일이 걱정되니 돔 페리뇽을 마신들 어찌 제 맛이 나랴.

올해 30세인 숀 체디스터 역시 신년에 터뜨린 샴페인은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워싱턴뮤추얼에서 연봉 12만5000달러를 받으며 ‘잘 나가던’ 체디스터는 경기침체에 따른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해고됐다. 아내와 자식 4명을 둔 그는 결국 전에 받던 임금의 절반인 6만여달러를 받고 어네스트엔드영에 입사해야 했다.

임금이 절반으로 줄면서 채디스터는 당연히 집과 자동차 등을 새로운 임금 수준에 맞추고 있다.

‘처음부터 없는 것보다 있다가 없는 것이 더 견디기 힘들다’라는 말이 있지만 한때 수십만달러의 연봉을 받으며 돈의 맛을 본 월가의 투자자들의 마음은 무겁기 짝이 없다.

그러나 현실이 현실인 만큼 아무리 연봉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지금 상황에서는 ‘생큐’다.

CNN머니에 따르면 이처럼 한때 상류층 생활을 즐겼던 미국 고액 연봉자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대폭적인 임금 감소 속에 생활양식을 바꾸고 있다.

한화로 1억원이 넘는 10만달러 이상 고액 연봉자였으나 미국 신용위기 후 실직자로 전락한 이들이 새로 얻는 일자리의 임금이 기존에 비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심지어 70%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 고용업무를 맡고 있는 전국고용법프로젝트(NEL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63%의 실직자가 기존 직장보다 월급이 적은 일자리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대답했다.

경기침체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많지만 일자리는 한정돼 임금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약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실업률이 6.7%에 달했고 고용사정은 오는 2010년까지 계속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샴페인 맛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샐러리맨들뿐만이 아니다. 소상인들에게도 2009년은 에베레스트 산맥처럼 높고 험악해 보인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미국에서 무려 1만4000곳의 소매 상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영 자문 회사인 ‘엑세스 스페이스 리테일 서비스’의 마이클 버든은 “경영 실적이 부진한 상점과 파산 위기에 직면해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점,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점이 줄줄이 문을 닫을 것”이라면서 “올해 문을 닫는 소매 상점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 업체들의 경영 실적이 정상 대비 10∼15% 수준일 때 폐점 여부를 결정하도록 조언해왔지만 최근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25∼30% 수준에서도 폐점을 고려하는 업체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경제 대혼란 속에서도 장밋빛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캐나다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일반 근로자들이 신년휴가를 마치고 2일 첫 출근해 컴퓨터 부팅을 끝내는 시점에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미 근로자 평균 연봉에 달하는 수입을 올리고 느긋한 기분에 젖고 있단다.

근로자들이 1년 내내 일해야 버는 4만여달러의 수입을 캐나다 대기업의 CEO들은 12시간 만에 번다는 얘기다. 이 통신은 ‘1995년 50대 상장사 경영자 연봉이 근로자 평균 연봉의 104배에 달했으나 현재는 400배 이상으로 그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며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수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은 2008년에도 CEO들의 연봉은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는 말에 실감이 간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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