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의 ‘독립’ 운동



국내 최고의 기초연구기관인 고등과학원(KIAS)이 독립 법인화를 추진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송파갑)은 15일 “우리나라를 과학기술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선 순수기초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을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KAIST의 부설기관인 KIAS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곧 ‘고등과학원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 KIAS 모기관인 KAIST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KIAS의 독립 문제’가 과학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등과학원은 어떤 곳

최근 고등과학원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난 2006년 한국인 최초로 황준묵, 오용근 교수 등 3명의 학자가 국제수학자대회(ICM)에 초청을 받아 강연을 했다. 또 2007년 열린 국제통계물리학회에선 박형규 교수가 한국인 과학자론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다. 고등과학원은 또 개별 대학이 추진하지 못하는 국제적인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국내 학자들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연구성과 역시 세계 초일류 수준으로 도약했다. 최근 3년간 발표된 논문의 영향력지수를 비교하면 수학부는 0.69로 미국 예일대의 0.65보다 높다. 물리학부는 4.36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3.62보다 높다.

■왜 독립시키려 하나

독립을 주장하는 학자들 쪽에선 KAIST가 기초과학 분야에서 세계수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국제학계가 인정한 고등과학원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

고등과학원 박형규 부원장은 “해외 석학을 유치하거나 초빙하려 해도 KIAS의 정체성을 이해시키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안정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간 정권이나 KAIST 총장이 바뀔 때마다 KIAS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최근 서남표 KAIST 총장도 “KIAS 교수들이 왜 티칭(수업)을 안하냐”며 이들을 KAIST 내로 흡수하려는 의사를 피력했다.

■아직은 시기상조

KAIST는 KIAS의 독립법인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KAIST 양지원 부총장은 “KIAS가 독립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오히려 KIAS가 안정적 환경에서 연구하려면 KAIST라는 보호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부총장은 “출연기관의 통폐합 논의 때마다 KAIST가 KIAS를 보호했다”며 “서남표 총장이 기초과학 발전에 뜻을 갖고 KIAS를 발전시켜 보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굳이 독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KIAS의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면서 독립법인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교과부 학연협력지원과 이경희 과장은 “KIAS가 그동안 낸 큰 성과를 정부가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어려운 경제여건과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볼 때 현재로선 독립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처럼 KIAS가 예산과 인사에 독립성을 갖고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이라며 "독립법인화만이 현재의 어려움을 탈피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