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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10년 장기펀드의 성공요인/안상미기자

안상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4.23 18:10

수정 2009.04.23 18:10



현재 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 펀드들의 평균 나이(운용기간)는 얼마나 될까.

4월 초를 기준으로 국내주식형펀드 660개와 해외주식형펀드 1294개를 합한 평균 나이는 2.1세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해 실제 투자한 기간은 2년도 채 안되는 셈이다.

이런 국내 자산운용시장에서 한 장기투자펀드의 세 돌 맞이 잔치가 열렸다. 2006년 4월 18일 설정된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가 지난 3년간 믿고 기다려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펀드가 설정된 2006년에는 가입고객이 8000여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고객 10만명, 설정액 1조원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 생소했던 장기투자펀드로는 일단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성공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가치, 장기투자로 유명한 ‘이채원’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었고 한국투자증권이라는 판매채널도 한몫했다. 투자기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검증되는 수익률도 부각됐다. 설정 당시 코스피지수는 1400선에서 현재 1300선으로 떨어졌지만 펀드는 오히려 20% 이상의 수익을 냈다.

그리고 여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환매수수료 얘기다.
일반적으로 가입 후 3개월까지 환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달리 이 펀드는 1년 미만 환매 시 이익금의 70%, 2년과 3년까지도 각각 50%, 30%를 떼어내기 때문에 고객들을 붙잡아두는 효과가 컸다는 것.

과연 이들 때문이었을까.

행사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이 펀드에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운용철학이 무엇인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지였어요. 제가 펀드가 설정되고 난 지 며칠 되지 않아 1억원을 투자했고 장이 좋을 때는 수익률이 73%까지 갔었어요. 제 투자금이 1억7300만원으로 불어났던 거죠. 2년째 환매수수료가 50%라 수익금의 절반을 뗀다 해도 남는 장사였을 텐데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상승장도 있고 급락장도 있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펀드가 운용철학을 제대로 지켜가고 연간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 정도의 수익률을 낸다면 꾸준히 투자할 생각이에요.”

투자기간을 무려 10년으로 잡은 장기, 가치투자 펀드가 호응을 얻으며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마저 급락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번 장기투자펀드의 성공 원인은 시장이나 운용사의 예상보다 성숙하고 뚝심 있게 투자원칙을 지켜준 투자자에게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hu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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