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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IT비서관 성공하려면../이구순기자



모처럼 정보기술(IT)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뒤 “IT는 ‘이(I)젠 틀(T)렸다’의 줄임말”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만연했는데 이젠 얼굴에 웃음기마저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2일 “청와대에 IT산업과 정책을 종합조정할 전담비서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다.

사실 IT업계는 IT산업 조정기능이 없어 세계 최고 인프라를 가진 한국에서 IT산업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으니 조정기능을 마련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지만 정부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조정기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으니 업계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도 하다.

그러나 업계는 “청와대 IT비서관이 정말 조정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하는 걱정의 말을 붙이고 있다. IT산업정책에 대한 정부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뉘어 1년 이상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과연 비서관이 이를 조정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 만들어질 IT비서관이 성공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IT비서관은 현재 청와대 안에 있는 방송통신-지식경제-문화체육 등 각각의 비서관에게 흩어져 있는 기능을 조율할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권한이 없다면 그야말로 ‘옥상옥(屋上屋)’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

한 IT업체 사장은 “IT산업을 나눠 맡고 있는 4개 부처의 정책조율이 안돼 전담비서관을 청와대에 두는데 청와대 IT비서관마저 다른 비서관들을 조율할 권한이 없다면 IT비서관을 두지 않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바람은 ‘IT비서관은 책상물림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연구나 학업만 했거나 공무원 생활에만 전념했던 사람은 IT산업의 바른 기술·시장 변화를 사업모델로 연결해내는 감각이 모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IT벤처기업의 한 대표는 “IT산업이 자동차나 조선·농업 등과의 진정한 융합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과 사업을 연결해 국가적 지원사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다 바람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국제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국내시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에는 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국제적 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또 선진국의 발빠른 IT 기술과 사업에 감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언급된다.


이 정도면 IT비서관에 거는 기대가 너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IT업계의 애로가 쌓여 있었다는 방증으로도 들린다. 정말 IT업계의 숙원이 해결되려면 직제와 인물에 대한 깊은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