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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나로호 발사의 ‘업적’/김중현 교과부 2차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8.09 16:16

수정 2015.07.05 18:20

1996년 무궁화위성 2호 발사 때의 일이다. 발사를 앞두고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센터에 가 있던 우리나라 우주개발 관계자들이 통돼지 바비큐를 놓고 발사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보기엔 우주시대에, 그것도 최첨단 과학기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걸맞지 않은 기이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절실한 심정이었는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로켓 발사는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이 27%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첫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등 3개 나라밖에 없다.

발사체 자체의 기술적인 결함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사소한 실수나 발사 당일의 날씨와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실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우주개발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나로호 발사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하지만 발사 연기는 우주 선진국에서도 종종 있는 일이며 성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쏘느냐가 아니라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일이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서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최종 점검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나로호 개발 시작부터 지금까지 7년여 동안 연구원과 기술진이 휴일도 없이 최선을 다한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국내 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로 우주개발 역사에 기록되는 영광을 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을 세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고 통신, 방송, 자원 개발, 기상 관측, 국토 개발 등 우주서비스 활용 산업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나로호 개발과 발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은 이미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다. 발사체 설계에서 제작, 시험, 조립, 발사까지 발사체 개발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기술력은 앞으로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부는 나로호의 뒤를 이을 후속 발사체로 2018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2020년까지 달 궤도선을, 2025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산·학·연 역할 분담을 통해 연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체의 참여 폭을 확대시켜 나갈 것이다.

또한 우주개발사업의 목표를 독자적인 우주개발 능력 확보에 두고 전략적인 개발사업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국가 수요에 대응한 다양한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우리의 강점기술 분야인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등을 우주 분야에 접목해 위성 카메라, 고속 위성정보 송·수신 시스템 등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는 고부가가치의 우주핵심기술 개발도 병행해 나갈 것이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공위성을 모두 외국 발사장에서 발사했다.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우주공간까지 올릴 수 있는 발사체와 우주센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위성을 우리의 발사체로 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주적인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발사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될 나로호 발사 성공을 국민 모두 한마음으로 기원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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