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가 된 벽엔 이야기가 흐른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본관 외벽이 매일 밤 아름다운 영상작품을 즐길 수 있는 거대한 ‘캔버스’로 변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1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미술관 본관 건물 외벽을 캔버스 삼아 예술적 영상을 보여주는 야외전시 ‘라이트 월(Light Wall)’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여름철 시민에게 수준 높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미술관이 시민에게 친밀한 문화적 향유 공간으로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여름철 시민이 많이 방문하는 시간인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10분 내외의 영상작품 두 편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라이트 월’전은 우리 일상의 삶을 특수한 영상물로 제작, 건물 외벽을 이용해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첫 번째 영상은 눈이 내리는 겨울에 남매가 귀여운 백곰의 도움으로 세계여행을 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특히 영상 속에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과 미술관의 소장품, 서울의 상징인 ‘해치’ 캐릭터가 볼거리다. 두 번째 영상은 현대 도시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영상을 건물 외벽에 구현한다. 또 미술관 외벽을 빛을 이용해 그리스·로마시대의 건물 등과 같이 다양한 건물의 모습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미술관 외벽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캔버스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매핑(mapping) 기술’ 덕분이다. 매핑 기술은 건물의 외벽 디자인을 존중하면서 그 건물 외벽에 이야기를 구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술관 외벽에 있는 실제 창문이 영상의 이야기 속에 필요 없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게 아니라 빛을 이용, 이야기에 어울리도록 창문을 꾸미는 식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유희영 관장은 “여름밤 예술을 내부에서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외부 세계와 예술을 접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최첨단 기술과 상상력을 이용해 미술관 앞마당을 시민이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마술 같은 세계를 구현했다”고 말한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눈이 내리는 겨울에 남매가 백곰의 도움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한 장면. 서울시립미술관은 오는 9월 20일까지 본관 외벽을 거대한 캔버스로 이야기가 있는 동영상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