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한·아프리카 새로운 파트너십/권종락 외교통상부 제1차관

필자는 지난달 31일 아프리카 19개국에 상주하는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프리카지역 공관장회의’를 주재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는 인구의 40% 이상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의 대륙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식민지 잔재, 독재 및 부패, 종족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딛고 2000년대 들어 6%대의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는 지금 새 성장지역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대륙을 주목하고 있다.

첫째, 아프리카는 21세기의 새로운 에너지·자원 개발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10%를 보유하고 있으나 추가발굴 가능성이 높아 중동과 중남미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의 에너지 공급처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우라늄, 금, 동, 다이아몬드 등 60여 가지의 주요 광물자원도 세계 매장량의 3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주요 수출품인 휴대폰, 반도체, 선박, 자동차의 제조에 필수적인 콜탄, 크롬, 니켈 등은 대부분이 아프리카에 매장돼 있다.

둘째, 아프리카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고속 성장 엔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 10억명의 미개발 시장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플랜트와 인프라 개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90억달러에 불과했던 외국인 직접투자도 지난해는 720억달러로 증가했다. 역내 선도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알제리, 이집트는 초고속 인터넷망과 4세대 이동통신 등 신흥 정보통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 세계 외교무대에서 아프리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 회원국의 30% 이상을 차지(53개국)하는 수적인 우세와 아프리카연합(AU) 강화를 통해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변화에 따라 주요 국가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경쟁과 각축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가나 방문에 이어 최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남아공,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7개국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 중시 정책을 재천명했다.

중국은 올해 2월 후진타오 주석이 말리, 세네갈, 탄자니아, 모리셔스 등 4개국을 방문하는 등 매년 초 정상이 아프리카를 정례적으로 순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추가해 일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도 아프리카 ‘붐’에 가세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아프리카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개발협력 대상 지역이자 미래 수출시장 및 에너지·자원 공급처로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1990년 약 12억달러에 그쳤던 대아프리카 수출은 지난해 130억달러를 넘어섰고 우리의 대아프리카 투자도 에너지 및 광물분야를 중심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 원조도 소규모나마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 원조를 두 배 이상 확대해 지난해에는 1억달러에 이르렀다. 우리는 인적자원 개발, 의료보건 및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소말리아, 서부사하라, 앙골라 등지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참가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 11월 하순 서울에서 제2차 한·아프리카 포럼을 아프리카연합과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아프리카연합은 각료 이사회에서 한·아프리카 포럼을 상호간 공식적 협력 프로그램으로 인정했다. 제2차 한·아프리카 포럼에는 아프리카연합 의장국인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남아공,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내 각 지역공동체 의장국들이 참가해 상호간 다양한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아프리카가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를 공식 파트너로 인정한 것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과거 20여년간 아세안과 협력을 통해 오늘날 ‘신아시아 구상’을 수립하는 단계로 발전했던 것처럼 아프리카연합과 파트너십 출범도 우리 외교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우리 정상의 조기 순방 등 아프리카에 대한 외교 활동의 강화는 ‘성숙한 세계국가(Global Korea)’의 실현을 더욱 앞당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