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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싱가포르 분교의 현실/ 고은경 싱가포르 특파원

고은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9.03 21:37

수정 2009.09.03 21:37



【싱가포르=고은경기자】 #1. 지난 7월 싱가포르교육부(MOE)는 잘 알려진 호주대학의 학위를 가짜로 발급해 온 한 외국 사립학교의 허가를 취소했다. 1만2000달러(약 1044만원)의 등록금을 내고도 가짜 학위를 받은 학생들이 해당 학교를 고소했고 이에 MOE가 조사에 나서 결국 허가 취소에까지 이르렀다. 이 학교는 1주일에 1∼2번의 저녁수업에 최소한의 과제만 내고 시험은 아예 없이 운영됐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400여명의 로컬, 외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이 학교의 가짜 학위 발급에 대한 불똥은 MOE로 튀었다. 이 학교는 MOE는 물론 학생들의 등록금이 보호되는 케이스트러스트에까지 등록했다.
교육당국이 정식으로 인정한 학교였기에 MOE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기에 MOE의 늑장 대응도 문제가 됐다. 실제로 학교에 문제가 있다는 루머는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퍼져 왔지만 MOE는 학생들의 고소가 제기되고 나서야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는 한 졸업생이 일자리에 지원했다 은행으로부터 가짜 학위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해당 학교 재학생 조너선 옹은 “놀랄 일도 아니다. 학교에 등록한 이후 정책과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2. 지난해 9월 싱가포르 내 한 미국대학 분교. 본토에서 교육인가가 취소되면서 270여명의 학생들이 갈 곳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이들이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같은 칼리지 내 또 다른 공인되지 않은 학위자격이 없는 대학 코스였다. 해당 대학 역시 학생들의 등록금이 보호되는 교육과정을 위한 케이스트러스트 인가를 받은 상태였음에도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학교측의 조건이 엇갈려 문제 해결에 진통을 겪었다. 학생들은 이미 학교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허가받지 않은 대학코스를 다니기도 원치 않아 환불을 요구했으나 유학원측에 학교가 지불했던 커미션까지 물어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3. 싱가포르 한인 게시판에 올라온 ‘싱가포르 분교의 현실’ 제목의 글. 또 다른 싱가포르 내 외국 사립학교를 다녔다는 한 한국인은 “입학 전 영어성적을 위한 영어과정 학생수가 많아져 절반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공부를 했다. 실질적인 강의실은 전체 면적의 30∼40%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수진도 싱가포르인들이 대부분이고 학생비자 만료는 다가오는데 학교에서 이민국에 통보를 안해줘 불법체류자로 만들고 시험결과 통보는 3개월이 넘게 걸리고 졸업장은 반년이 넘었는데 나오지 않는다며 분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와관련, 반박 글도 잇따라 올라오면서 온라인 상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4. 영국 분교를 다니는 몇몇 한국 학생은 입학 전 일시불로 학비 전액을 지불한 상황에서 1∼2개월을 다니다 개인 사정상 학교를 그만두려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학교측은 입학 시 서명한 계약서 상 ‘입학 후 15일이 지나면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었다며 학비를 돌려줄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해당 학교를 다니는 한 학생은 “입학 후에 생각했던 것과 과정이 다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둘 수도 있다”며 “계약 자체가 학교측 입장만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 교육허브’로 잘 알려진 싱가포르 교육현장의 한 단면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 수는 120여개국 9만여명에 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15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외국인 학생 수는 지난 2004년 6만6000여명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청과 관광청, 교육부, 무역개발청, 스프링 싱가포르(사립교육기관 자격기준 관리) 등 각 정부조직이 역할을 분담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외국 대학과 학생들을 유치한 결과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정부가 내세우는 강점은 교육의 질과 동서양 문화가 혼합된 매력적인 환경, 안전한 생활 환경 등이다.

실제 싱가포르에는 싱가포르 3대 대학은 물론 50여개 이상의 외국대학 분교들이 들어와 있다.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를 공통으로 사용한다는 점, 보다 저렴한 학비나 생활비 등이 매력으로 꼽힌다. 그러나 외국 학생, 대학을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입학 후 관리, 지원일 것이다.
이에앞서 기억해야 할 것은 싱가포르 내 해당 학교를 철저히 인증하고 검증하는 것은 진학자들의 몫이라는 점이다.

/scoopko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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