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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중소소매업 유통 혁신 하려면 /홍석우 중기청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1 20:00

수정 2009.10.11 19:57

대형 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전통시장·편의점·슈퍼마켓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국내 소형 유통업체들 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SSM의 동네상권 진출 문제는 기업의 자유로운 기업활동과 골목상인들의 생존권 문제가 정면 충돌하면서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영세한 소매점 위주의 동네상권에 대기업 유통의 SSM이 진출, 기존의 상권 판도를 바꿔 놓아 상인들이 집단 반발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중소기업청이 사업조정제도를 활용해 소매업계의 경쟁 양상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고 대·중소유통 간 상생 방안을 강구함에 따라 극단으로 치닫던 양측 갈등도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매유통은 60만개 사업체가 있으며 매년 7.9% 정도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의 한계, 홈쇼핑, 인터넷몰 등 새로운 업태의 출현, 영세 소매업자의 과잉 등은 소매업계 내에서 생존을 건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중소소매업을 대표하는 슈퍼마켓의 경우 비록 대형 마트·SSM 등과 동일한 종합유통업이지만 100㎡ 미만이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실시간 재고관리시스템(POS 시스템)을 활용하는 업체가 불과 9%에 그치는 등 영세하기 짝이 없다. 또 소비자가 구입하는 일부 상품 가격이 유통체계 미흡으로 상대적으로 비싸 대기업유통과 경쟁하기엔 열악한 상황이다.

이 같은 중소소매업계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간 정부도 열악한 유통산업계의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이번에 ‘중소소매업 유통체계 혁신방안’을 마련, 추진해 나가야 하는 중소기업청의 수장으로서 매우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번 ‘중소소매업 유통체계 혁신방안’의 주요 내용은 첫번째가 중소소매업의 상품구입 가격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그간 중소소매업은 판매할 상품을 대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구입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 유통센터’에 중소소매업이 필요한 상품의 공동구매를 대행할 ‘중소소매 유통본부’를 설치하고자 한다. 유통본부는 전국 155개 수퍼조합·체인본부 등을 통해 전국 슈퍼마켓의 상품 수요를 취합, 구매력을 확대해 주요 상품에 대한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올해 말에 10여개 상품을 시범적으로 공동구매한 후 점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슈퍼마켓에서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농산물은 전국 13개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의 유통망을 활용, 공급할 계획이다. 이런 유통체계가 확립되면 중소소매업계의 상품구입 비용을 10% 이상 낮춰 소비자에게 저렴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는 중소소매업의 소비자 접객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2012년까지 1만개 점포를 서비스·가격·위생 등에서 선진화된 점포인 소위 ‘스마트숍’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권 및 소비자에게 적합한 서비스·상품 구성을 도와줄 컨설팅 지원, 소비자의 편리한 쇼핑 환경개선을 위한 시설자금 지원, 점포의 경영혁신을 유도할 POS 등 정보화 지원 등을 위해 3년간 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스마트숍’의 공식명칭은 국민 공모를 통해 전통의 맛이 묻어나는 우리 고유의 명칭으로 정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소매점주의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점주 위주 영업을 고객 위주 영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 연간 1만명씩 경영 및 서비스 혁신 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연수원, 소상공인진흥원 등 전국 각지에 산재돼 있는 교육시설에 상인대학과정을 설치, 소매점주의 교육을 유도해 소매점주들이 독자적으로 설 수 있는 정신적 개혁을 확실히 이끌어낼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표하고 적극 협력하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각에서는 애정 어린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정부가 유통시장까지 관여해야 하는가, 이번 대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소매점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정부는 유통체계의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간접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소외되는 소매점포가 없도록 일반적인 소상공인 지원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 말 시범사업을 통해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서두에서도 밝혔듯 유통산업의 선진화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중소소매업을 살리고 대·중소 유통이 공존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유통업계·소비자·언론 등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만이 가능한 일이다.
특히 중소유통은 스스로의 혁신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소매점포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비자를 최우선시하는 자세, 대기업 유통에서도 배우려는 자세 등 스스로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런 중소소매업계의 의지가 전제될 때 이번 대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며 정부도 뒷받침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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