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국민 안전과 언론의 역할/노종섭 생활경제부장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22 17:11

수정 2009.10.22 17:11

문제1. 한 제보자가 수도권 젖줄인 팔당 상수원 주변의 한 음식점이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를 팔당호에 흘려 보낸 것으로 의심된다고 인터넷에 올렸다. ‘생활하수를 버리려다 문제가 돼자 버리지 않은 적이 있는 음식점이 주민들 몰래 유사한 생활하수를 다른 관을 통해 팔당상수원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단속반이 해당 음식점에 도착했을 때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단속반은 음식점 주인을 처벌할 수 있을까.

문제2. 단속반이 단속에 나서자 음식점 주인은 오히려 제보자가 음식점을 골탕 먹이려 인터넷에 거짓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전에 있던 생활하수가 기준치를 넘어 방류를 하지 않은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음식점 주인과 나쁜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내가 허위내용을 인터넷에 올렸겠냐. 저번에 문제가 됐으면 당연히 시설을 고치거나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제보자는 처벌을 받게 될까.

답을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에 구해봤다. 문제 1의 경우 생활하수를 흘려보낸 정황, 근거를 발견했다면 상수원에 그 흔적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주의를 촉구하는 선에서 업무를 마무리 지을 것이다.

문제2의 답은 ‘처벌한 적이 없다’이다. 제보자를 처벌할 경우 제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제보의 경우 직전에 음식점측이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를 방류하려다 사전에 이를 파악, 버리지 않은 정황에 미뤄 제보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한 상급기관이 제보자를 제재하라는 조치를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상급기관의 이런 결정은 주변 음식점에 알려지게 되고 다른 음식점들도 ‘단속반에만 직접 걸리지 않으면 된다. 앞으로 제보 따위는 무시해도 된다’며 생활하수를 몰래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은 자명하다.

제보가 사라질 것은 뻔하다. 팔당 상수원을 지키기 위한 순수한 제보가 음해로 변질되는 것도 모자라 제재까지 받게 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보할 용기 있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남양유업이 본지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소송에서 법원이 남양유업의 일부 승소 판결을 하면서 “단순히 이 사건 분유에 멜라민이 함유되었으리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사건 분유가 멜라민 함유가 의심되는 ‘위험식품’이라는 사실을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 사건 분유에 들어 있으리라고 의심하는 멜라민 함량 0.000099∼0.00231ppm은 멜라민 기준이 2.5ppm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어떤 위해를 미친다고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적시한 분유 완제품에서의 멜라민 함량은 원료인 아포락토페린에 3.3ppm의 멜라민이 함유됐을 때 검출이 예상되는 수치다. 이를 지난해 3.3ppm의 멜라민이 검출됐던 아포락토페린으로 완제품을 생산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받아들인다면 확대 해석일까.

분유 생산에 첨가되는 락토페린의 양은 완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03∼0.7%에 불과해 아포 락토페린에 멜라민이 함유되었다 하더라도 검출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음식점의 생활하수가 거대한 팔당상수원과 합쳐져 희석되면 문제가 없다는 식과 마찬가지다.

물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법원의 판결이 식품위생에 대한 제보나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고 관련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식품위생에 대한 기업의 안전 불감증은 곧 국민의 식품건강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품위생과 상수원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부분으로 그동안 나라 전체가 나서 캠페인을 펼치면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해왔다.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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