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현장클릭] 국·공립 공연장 수장의 빈자리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1.25 16:30

수정 2009.11.25 16:30

공연장 사장이라는 것이 녹록치만은 않은 자리인가 보다. 지난달 세종문화회관 이청승 사장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1일 예술의전당 신홍순 사장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 공연장의 수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두 사장이 임명될 당시만 해도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등용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업 경영의 노하우를 공연장 운영에 접목시켜 새로운 부흥기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술 애호가인 신홍순 사장은 LG상사 사장을, 미술을 전공한 이청승 사장은 화장품 제조업체인 한국폴라 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두 사장의 연이은 사퇴로 애초의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 국가의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국·공립 공연장의 사장이라는 자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 두 공연장의 사장을 역임한 인물 중 ‘장수’한 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신홍순 사장의 전임자였던 신현택 사장은 지난 2007년 발생한 오페라하우스 화재와 관련해 중도 하차했고 김신환 전 세종문회화관 사장도 임기 중 부득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

국·공립 공연장 사장은 내·외부의 힘에 휘둘리기 쉬운 자리다. 공연장 대관과 관련한 유관 단체의 이런저런 불만에 직면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일반기업과는 또 다른 조직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싸매야 한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전문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어쩌면 거대한 공룡일 수도 있는 정·관계의 외압에도 충분히 견뎌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울시의 눈치를, 예술의전당 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빈 자리는 곧 채워지겠지만 마음이 착잡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나라의 ‘문화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연장 사장 자리를 놓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건 참 슬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1년 6개월만에 사표를 던진 신홍순 예술의전당 사장이 취임하기 전 누가 과연 적임자인가를 놓고 문화예술계가 편을 가르고 갑론을박했던 사실에 생각이 미치면 마음은 더욱 착잡해진다. 벌써부터 후임자로 누가 누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모쪼록 이번에는 공연장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적임자가 자리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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