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차관칼럼

[차관칼럼] 산학연 뭉쳐야 산다/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06 19:08

수정 2009.12.06 19:08



연구개발에 있어 산학연 협력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별 조직이나 기업이 모든 비용과 리스크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장점을 동시 활용하는 시너지가 기술혁신에 효과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학계와 연구소는 인적자원을 키우고 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산업체에 공급하는 한편, 산업계는 이를 토대로 제품을 개발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대학의 인력을 흡수, 활용하여 기술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도 산학연 협력은 큰 장점이 있다.

2000년대 이후 정부는 연구소, 대학, 기업 등 개별주체의 역량을 높이는 한편 긴밀한 산학연 협력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에 산학 협력단을 설치하고 기술이전 조직과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부 연구개발(R&D)의 60% 이상을 산학연간 협동연구로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술사업화 실적의 점진적 증가 등 소기의 성과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학연 협력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정체되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산학연 협력 부진을 한국 기술혁신의 큰 장애요인으로 지적한다. 우리의 산학연 협력은 공급자 위주의 지원형 시스템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과 또한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한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기업의 절반 이상이 산학연 협력에 경험이 없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대학이나 연구소에 기업이 투자하는 연구개발 액수가 총 규모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10년 전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산학연 협력이 부진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그 중 기술혁신의 주체인 기업, 대학, 연구소가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는 이유가 가장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상호간 선입견과 불신이 짙게 깔려 있어 산학연 협력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인식과 체질 개선이 시급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학연 협력의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상호 불신의 감정을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서로가 자주 만나고 이해하는 장을 만드는 것으로 기본적인 협력의 토대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교과부와 지경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바 있는 ‘산학연 협력 연찬회’도 정례화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지원보다는 각각의 주체가 역량을 키워 내실화를 이루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양적 확대보다는 기업 수요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사업과 정책을 개편하여 자발적 협력이 촉발되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상호간 인력 교류와 공동연구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장애요인을 없애는 데도 역점을 둘 것이다. 또한 정보부족 해소, 인력과 조직의 전문성 제고뿐 아니라 협력에 대한 인센티브도 대폭 확대할 것이다. 이 같은 제도개선 방향에 따라 다양한 산학연 협력정책이 중복 없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당 부처간 정책조율을 강화하는 데도 힘쓸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앞서 산학연 각자가 협력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데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먼저 기업은 앞으로의 성장을 외부자원의 적극적 활용에서 찾는다는 인식으로 대학과 연구소의 역량을 신뢰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박사인력의 70%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간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대학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를 혁신해야 하며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연구소 또한 시대흐름에 맞는 변모를 거듭해야 한다. 그간 국가 과학기술 및 산업발전에 기여한 경륜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산학연 협력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서로간의 장점을 취해 동반상승을 도모하는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힘을 합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산학연 협력을 통해 미래 과학기술 강국을 위한 기술혁신의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