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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美국민 양극화 걱정된다/정지원 뉴욕 특파원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24 17:46

수정 2009.12.24 17:46

지난해 미국 월가 붕괴에 이어 올해도 미국의 톱 뉴스는 단연 경제였다.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미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꽁꽁 얼어 있는 것 같다.

최근 CNN과 옵션리서치코퍼레이션의 설문 결과 미국인 80%가 미국 경제가 부진한 상태라고 답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57%의 미국인들은 여전히 경제회복이 재정적자 감축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고 75%는 실업률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융위기에서 월가의 ‘살찐 고양이’(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들은 완전히 벗어난 분위기지만 일반 미국인들은 아직도 경제침체의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최근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산타클로스에 대해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선물(wish list)이 좋은 장난감이나 게임기가 아닌 ‘아빠의 일자리’와 생필품으로 바뀌고 있다는 마음 아픈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매년 성탄절 때마다 시카고의 한 백화점에서 산타클로스로 일하고 있는 50대 남성은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성탄절 선물로 양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농담했는데 실제로 올해에는 양말을 선물로 원하는 아이들이 상당수에 달해 그런 농담도 못하게 됐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한 어린이는 “우리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살게 해 주세요”라고까지 얘기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차가운 분위기는 미국에서 볼 수 없었던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다.

미국의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 크게 쏠리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각종 이슈의 핵심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물론 크게 볼 때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측의 이견이 극한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그런 미국에서 요즘 경제가 나빠진 탓인지 국민들간의 의견 대립이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양극화 현상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에서도 나타난다.

취임 이후 60%대의 지지율을 보였던 오바바의 지지율은 현재 47%로 크게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 국민들의 반응은 ‘영원한 충성’, 아니면 ‘당신은 아니다’로 확실하게 구분돼 있다.

마치 5년전 한국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미 국민들의 양극화 현상은 심지어 최근 세계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는 타이거 우즈 불륜 스캔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즈의 불륜이 연일 미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민들은 ‘이제 그만해라, 언론은 타이거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타이거 우즈가 인기로 수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공인인 만큼 그의 사생활도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로 확실하게 나뉘어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하트 리서치&여론 전략이 이달 초 공개한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미국이 정치적으로 너무 분열됐다’고 평가했다.

또 73%의 응답자들은 ‘경제적 문제가 미 국민들을 갈라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54%는 ‘미국이 인종적 문제로 너무 갈려있다’고 답했다.

특히 흑인 응답자는 82%가 경제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고 65%는 인종적 문제로 미국 사회가 나뉘어 있다는 인식을 보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떤 문제를 놓고 국민들이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것은 한 나라의 발전을 놓고 볼 때 결코 나쁘지 않다.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측이 여러 각도와 측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고 너무나 첨예하게 대립할 때 발전이 아닌 분열이 조장된다.

경제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경제가 과연 나아진다 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의 분열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jjung7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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