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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하토야마 정권 출범 100일/최동원특파원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2.31 17:17

수정 2009.12.31 17:17



2009년 일본은 하토야마의 민주당이 54년간의 자민당 집권체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킨 역사적인 한 해였다.

하토야마 정권은 압도적인 지지 속에 ‘관료주의에서 정치주도’라는 정치이념 및 복지사업과 환경사업을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로부터 인간으로’라는 신 경제성장전략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출발했다. 외교에 있어서도 지금까지의 일본과는 사뭇 다른 미국과 동등한 관계 및 ‘우애’에 기초한 동아시아 중시의 외교철학을 강조하며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출범 후 100일을 맞이한 지난해 12월 24일 현지 주요 언론들의 하토야마 내각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고 하토야마 총리의 위장헌금 문제로 비서가 소송을 당하는 등 최악의 100일을 맞이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략 부재 및 리더십 부족이라는 비판 속에 정치·외교·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 및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마이니치 신문의 경우 변화를 꾀했지만 미로를 헤맸다는 표현으로 하토야마 정권의 100일을 정리했다.


행정쇄신위원회의 사업구분 및 외무성의 미국과 밀약 검증 등을 내세우며 여러가지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지만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 및 잠정세유지를 비롯한 선거공약의 검토 등에 대해서는 하토야마 정권의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치 주도의 경제전략 실행을 위한 제도 개정의 필요성 및 오자와 간사장의 발언력이 강해짐에 따른 당내 이중적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내각과 당의 정책결정을 일체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해 12월 22일 사설에서 하토야마 총리의 리더십 및 실행력 부족을 지적하고 총리, 부총리, 관방장관을 축으로 재무성, 외상 등이 긴밀한 하토야마 팀을 형성해야 함에도 이렇다 할 연계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도쿄신문은 공약실천을 4년간 실시하겠다는 것은 국민과 약속이며 100일이라는 시간에 완벽하게 실행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공약실현을 위한 하토야마 총리의 결단력 및 지도력이 의문시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어 26일 사설에서는 예산편성이 문제가 된 최대의 원인은 선거공약에 내건 정책에 하토야마정권이 너무 얽매여 있다는 점을 문제시 했다. 원래 하토야마 정권의 선거공약 자체에는 부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정권공약에 대한 새로운 검토 및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일본 내 주요 언론들의 하토야마 정권에 대한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출범 당시 75%에 가까웠던 지지도는 출범 100일이 지난 이후 48%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에서 비롯된 사민당 및 미·일 동맹관계의 균열, 오자와 간사장과 권력배분 문제 및 당·정 간 갈등, 예산정책을 둘러싼 국민신당과 대립 등의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 못하면서 하토야마 총리의 리더십 및 정책 부재가 더욱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하토야마 정권에 올해 7월에 행해질 참의원 선거는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하토야마 내각은 참의원 선거를 위해 경제적 성과를 가시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총리의 리더십 부족으로 인한 민주당 내부의 반발 및 연립 정권 내 다양한 이해관계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참의원 선거까지 오자와 간사장과 권력갈등 문제 해결, 연립 정권 내의 국민신당과 조화를 통한 경제회복 가시화,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싼 사민당과 의견 조율 및 미국과 외교문제 해결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탄생한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이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끝을 맺을지 아니면 내년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정권의 새로운 재편이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cd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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