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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소처럼 걷고,호랑이처럼 보자/유영학 복지부 차관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1.03 19:15

수정 2010.01.03 19:15



2010년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호랑이의 해를 맞아서인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연초부터 반갑고 희망 섞인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 무역수지는 400억달러를 넘어 처음으로 일본을 제쳤다는 소식이 있고 지난 가을 국민을 그토록 공포로 몰아넣던 신종플루도 지난해 11월을 고비로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없었던 것 같다. 공교롭게도 내가 몸담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분야에 두 가지 커다란 국가적 위기가 생겨 더욱 남다르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각각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와 신종플루 유행은 전 세계를 쓰나미 휩쓸듯이 동시에 덮쳐버렸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는 국민, 특히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고 신종플루는 온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129 보건복지콜센터에 전해지던 서민들의 절절한 하소연과 연일 계속되는 비상근무로 핼쑥해진 직원들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겹쳐진다.

지난해는 이 같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을 따뜻하고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했던 한 해였다.

전국적인 민·관 합동 민생안정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위기가구 생계비·의료비 지원 등 생계보호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41만여가구에 대한 한시생계 지원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IMF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보강해 온 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지원제도 등 사회안전망도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데 밑거름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세계 8번째로 자체 생산한 백신 접종, 선제적 항바이러스제 투약 등 신종플루의 국내 확산 방지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자 노력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신종플루에 대처했다는 평가다. 범정부적인 대처와 함께 정부를 믿고 큰 불편을 감수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보건의료 분야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기 극복도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보건복지 분야의 최우선 역점과제는 건강위기에 대한 국가대응능력을 한 단계 높이는 것과 경제위기 회복 후에도 어려운 국민을 돕는 것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민생활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신종 전염병으로부터 완벽한 국민보호망을 구축하고 빈틈 없는 의료안전망 마련에 착수한다. 올해 2월까지 전 인구의 39%에 해당하는 1913만명의 국민에게 백신 접종을 마무리해 신종플루 유행을 조기에 종식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해 신종플루와 싸우면서 얻은 값진 교훈들을 정책에 반영한다. 향후 위험성이 더욱 높은 새로운 전염병 발생에 대비해 격리치료시설과 중환자실을 대폭 확대하고 검사시설과 장비를 확충하는 한편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연구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체감경기 회복은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비해 중증장애인에 대한 연금을 새로 도입해 근로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아동, 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보다 강화하게 된다. 아울러 희망키움통장 제도 도입, 성과관리 자활사업 확대, 탈수급자 한시 근로인센티브 제공 등 저소득층이 스스로 빈곤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경기회복뿐 아니라 서민생활 안정에도 효과가 큰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 보건복지 분야에서 신규 일자리를 15만개 창출할 계획이다.

‘우보호시(牛步虎視)’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소의 걸음으로 묵묵히 진중하게 가되 호랑이의 눈으로 날카롭고 슬기롭게 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소의 해를 보내고 호랑이의 해를 맞으면서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오는 성어다. 국민을 지키는 사회·의료안전망은 굳건하고 멈춤 없이 짜 나가되 그 그물망의 빈틈이나 허점으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국민이 없는지 세심하게 보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우보호시’의 한 해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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