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SW가 찍어낸 HW보다 낫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분석한 글로벌 소프트웨어(SW) 및 하드웨어(HW) 기업들의 2009년 '업체별 연간리포트' 자료는 특히 한국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SW·콘텐츠에 기반을 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은 지난해 영업이익, 현금보유고, 시가총액 등 주요 경영지표에서 삼성전자, 미국 IBM과 인텔 등을 압도했다. SW와 개방에 바탕을 둔 창조적인 사업모델이 유형의 HW를 수없이 찍어내는 거대 정보기술(IT) 제조업체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게 실적으로 증명된 것.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HW 제조사들이 서둘러 SW 및 콘텐츠를 보강하지 못하면 스마트폰은 물론 여기서 파생되는 차기 시장까지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에 분석대상에 오른 SW 회사 중에서도 한국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업체로 애플과 구글이 꼽힌다. 창조적인 SW와 전용 콘텐츠 시장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회사들이다.

애플은 온라인 음악시장이 저작권 문제로 혼탁했던 지난 2000년대 초반 편리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체계와 함께 음원업체에 수익의 90%를 주는 사업모델로 음악콘텐츠 오픈마켓인 아이튠스를 열었다. 콘텐츠 수익은 대부분 저작권자에게 주고 전용 MP3플레이어로 돈을 벌겠다는 것. 이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이후 애플은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40%가량을 점유하는 절대 강자가 됐다.

애플은 또 지난 2008년 선보인 스마트폰용 앱스토어를 통한 아이폰 성공에 이어 올해 도입하는 전자책(e북) 전용장터 아이북스토어도 창조적인 콘텐츠시장으로 만들어 콘텐츠 수익을 올리는 것은 물론 HW기기인 아이패드까지 대거 팔겠다는 전략이다.

'인수합병(M&A)의 달인'이라 할 구글은 지난 2005년 모바일 SW 회사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개방형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부터 본격 선보인 안드로이드 OS는 무료인데다 편의성, 확장성이 우수해 주요 휴대폰업체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안드로이드 OS를 퍼뜨려 모바일 검색, 지도, 광고시장까지 거머쥔다는 게 구글의 전략이다.
애플이 창조적인 콘텐츠시장을 연 다음 HW 기기를 파는 전략과 상통한다.

국내 한 모바일 SW 기업 대표는 "최근까지 국내 휴대폰제조사들은 제품을 많이 팔기 위한 성능·디자인 개선에만 몰두해왔다"며 "삼성이 자체 스마트폰 OS 바다를 선보이는 등 뒤늦게 문제를 보완하고 있지만 창조적인 시장과 사업모델로 결부시켜야 글로벌 SW 회사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 전성배 통신이용제도과장도 "세계 휴대폰 1위 기업인 노키아도 콘텐츠가 없어 구글·애플에 주도권을 빼앗길 판"이라며 "국내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HW 제조능력에 SW·콘텐츠 역량을 결합시킬 수 있도록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postman@fnnews.com 권해주기자